사회 피플

"경제 민주화 실현은 부자에게도 이득"

'시장은 정의로운가' 저자 이정전 서울대 교수<br>가진자 보단 중산층 지갑 두둑해야<br>수요 살아나 새 수익 창출에 도움


"경제민주화 실현은 마치 중산층과 빈민층만을 위한 퍼주기식 복지정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부자들에게도 이득입니다."

최근 신간 '시장은 정의로운가'를 펴낸 이정전(69ㆍ사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명예교수는 글로벌 경제위기를 불러온 신자유주의에서 벗어나 건전한 자본주의를 영위하기 위한 해법으로 경제민주화를 제시했다. 그가 말하는 경제민주화는 사회구성원이 정당하고 생산적인 경쟁을 통해 기본권을 누릴 수 있는 경제시스템을 의미한다.

이 명예교수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유물인 대기업 육성책으로는 중산층을 살려낼 수 없다. 삼성ㆍ현대 등 대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이 옳다. 골목상권까지 넘보는 것은 어른이 골목대장 노릇을 하려는 것과 같다"며 대기업의 중소기업업종 진출을 비판했다.


"경제민주화를 위해서는 시장이 공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그는 "시장은 양 날개(수요와 공급)가 균형을 이룰 때 가장 효율적으로 작동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신자유주의는 소수의 부자들에게 부가 집중되고 중산층이 무너지는 결과를 낳았다"고 분석한 뒤 "부자들이 아무리 구매력을 발휘해도 수요ㆍ공급의 균형을 맞추기에는 역부족이지만 중산층의 지갑이 두둑해져 수요가 살아나면 결국 부자들도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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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명예교수는 시장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정부의 역할이 세계적으로 강조되고 있지만 주요 국가들의 곳간이 비어 묘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1930년대 미국의 경제공황기에 정부가 강력하게 정책을 펼칠 수 있었던 이유는 국가 재정이 튼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중국을 제외한 주요 국가들 대부분이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어 쉽게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며 "결국 현명한 시민들이 정부에 강력한 개혁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총선과 대선이 있는 올해 우리 정치권이 복지ㆍ분배 관련 공약을 쏟아내고 있지만 사실 10년 전 나온 얘기를 되풀이하고 있다"며 "선거 때만 반짝 뜨는 공약(空約)이 아닌 개혁의 의지가 담긴 공약(公約)을 가려낼 절호의 찬스"라고 말했다.

오래전부터 시장의 정의에 큰 관심을 가져온 그는 경실련 환경개발센터 대표, 환경정의시민연대 공동대표 등으로 활동했다. 1994년 '분배의 정의(집문당)'를 출간했던 그는 "그 때만 해도 관심을 받지 못했는데 최근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뜨면서 한국에서도 시장의 정의가 화두로 떠올랐다"며 "다시 한번 우리의 일상과 연관시켜 공정한 시장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꼈다"고 집필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1970년대에 미국에서 토지경제학 박사(아이오와주립대)를 받은 이 명예교수는 "'돈 놓고 돈 먹기'와 같은 부동산투기는 빈부격차를 심화시키는 주요 원인"이라며 "특히 한정된 토지와 부동산을 투기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소모적 경쟁을 가열시켜 사회발전에 역행할 뿐"이라며 "부동산투기 등으로 벌어들인 불로소득은 떳떳하지 못하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퍼져야 한다. 이를 위해 부정부패 감시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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