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한민국 기업 현주소를 말한다] 중국은 전기차 일본은 수소차로 '질주'… 한국은 이제 '시동'


● '전기차 굴기' 나선 中

등록비·구매세 면제에 차값 20% 보조금 지급

시장 규모 세계 1위로

● 수소차 판매 급증세 日

차값 45% 보조금 주고 충전소 10년내 1000곳

주문 밀려 3년 기다려야

● 구색맞추기용 지원 韓

친환경차 보급·지원목표… 되레 줄이거나 지지부진

인프라 확충도 갈길 멀어


세계 자동차 시장은 '패러다임의 변화'라 할 정도로 급변하고 있다. 현대차가 제네시스를 통해 고급차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한편으로 글로벌 시장에서는 미래 자동차 시장을 둘러싼 각축전이 어느 업종보다 치열하다.

특히 전기차를 중심으로 한 친환경차 시장에서 중국의 전기차 굴기(堀起·우뚝 일어섬)와 일본의 수소차 관련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면서 현대자동차 등 우리 업체들은 협공에 시달리고 있다 할 정도로 압박을 받고 있다. 미래 자동차 시장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과 달리 우리 업체들은 반 박자 느린 정부 정책으로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계 1위 전기차 시장 중국, 수소차 판매 급증하는 일본=지난해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위였던 중국의 전기차 시장 규모는 올해 세계 1위로 뛰어올랐다. 11월까지 중국의 전기차 판매량은 19만6,604대로 전년 동기보다 300% 이상 급증했다. 11월에만 2만5,459대가 팔려 지난해(5,000대)보다 409% 늘었다. 중국 자동차공업협회(CAAM)는 "올 전기차 판매량이 22만~25만대로 미국(18만대)을 넘어서 세계 최대의 전기차 시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 세계 전기차 수요(60만대)의 40%가량이 중국에서 판매되는 것이다.

중국 전기차 시장의 급성장은 정부 지원이 바탕이 됐다. 중국 정부는 환경 보호라는 명분과 전기차 산업의 패권이라는 실리를 모두 잡기 위해 전기차 굴기를 진행 중이다. 중국은 자동차 총량 규제 정책 때문에 차량 구입이 쉽지 않다. 하지만 전기차 등 친환경차는 우리 돈 1,000만원에 육박하는 별도의 자동차 등록비를 비롯해 구매세를 면제 받는다. 자동차 2부제에서도 제외된다. 보조금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신에너지 자동차 정책을 발표한 중국 정부는 전기차는 차 값의 20% 정도인 2만5,000~5만5,000위안까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는 3만위안, 수소연료전지차(FCV)는 20만위안을 보조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특히 2020년까지 친환경차 기술개발 및 산업화 연구에 500억위안(약 9조원), 전기차 시범실시지역 확대에 300억위안(5조4,045억원), 시범도시 전기차 인프라 건설에 50억위안(약 9,000억원) 등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20년까지 친환경차 500만대, 충전소 482만대를 보급해 전기차 1대당 1기의 충전 인프라를 확보할 방침이다.

일본은 수소차 시장을 이끌고 있다. 수소차 양산은 한국이 가장 빨랐지만 주도권은 일본으로 넘어가는 모습이다. 도요타가 지난해 말 출시한 수소차 '미라이'는 올해 5월까지 일본에서만 200대가 고객에게 인도됐다. 세계 시장에서는 3,000대가 계약돼 주문 후 차를 받으려면 3년여를 기다려야 한다. 현대차가 2013년 세계 최초 수소 양산차 '투싼ix FCEV'를 내놨지만 10월까지 389대를 판매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일본 정부의 수소차 육성도 적극적이다. 도요타의 수소차 미라이는 차 값의 45% 수준인 300만엔(약 2,898만원)을 지원 받을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수소차 충전소 문제 해결을 위해 올해 100곳을 설치하고 2025년까지는 1,00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도요타는 올해 1,000대, 2017년까지 3,000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0년 도요타의 수소차 판매 목표는 연 3만대다.

◇친환경차 보급 제자리…지원 안 늘리는 한국 정부=지난 2011년부터 올해까지 실시한 한국 정부의 2차 친환경차 기본계획의 달성률은 55%에 불과하다. 8만5,700대를 보급하겠다던 전기차는 4,900대에 머물고 있다. PHEV 역시 4만4,000대 보급 목표를 세웠지만 60대, FCV는 1만1,000대가 목표지만 40대만 판매됐다.

중국이나 일본과 달리 우리 정부의 친환경차 지원은 구색 맞추기에 불과할 정도다. 정부는 '제3차 환경친화적 자동차 개발 및 보급 기본계획'을 통해 △수소차 2,750만원 △전기차 1,200만원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500만원 △하이브리드차 100만원의 보조금을 편성했다. 하지만 전기차는 1,500만원이던 기존 보조금이 300만원가량 줄었다. 또 생산 단가가 너무 높은 수소차는 2018년에야 3,000만원대에서 구입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0년까지 친환경차 100만대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투자 금액은 친환경차 연구개발(R&D) 1,500억원이 전부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세대 전기차는 2020년, 2세대 수소차는 2018년에서야 양산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단순 보조금에서 사용 불편 축소로 지원 늘려야=친환경차 개발과 연구를 위해서는 정부의 단순한 금전적 지원뿐만 아니라 사용상 불편을 덜어줄 수 있는 인프라 확충도 시급하다. 신정관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금 당장 전기차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충전 문제 때문에 실제로 전기차를 탈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이라는 가장 큰 친환경차 시장의 주도권이 전기차인 만큼 관련 산업을 육성해 우리 기업들이 수출에 나서야 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인프라 부족은 곧 사용자 축소로 이어지고 관련 산업이 육성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며 "정부가 전기차와 수소차 중 도시나 지역에 따라 현실성 있는 친환경차를 선정하고 인프라 구축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해야 국내 산업 경쟁력도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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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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