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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환경 적응·즐기는 건 자신있어… 내년엔 랭킹 10위 안에 들면 만족
'44세까지 선수' 파머가 롤모델
최고학점 3.8… 스포츠마케팅 흥미
받고 싶은 선물은 '남자친구'지만 골프선수는 사절… 언니가 반대해요
"20~30년 뒤요? 그때도 현역선수로 남아 있는 게 목표예요."
아널드 파머(86·미국)가 롤모델이라는 '2015 대세녀' 전인지(21·하이트진로). 그는 44세까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승수를 쌓았던 파머처럼 롱런을 바라보고 있었다. 전인지는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5승,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서 2승,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1승을 챙겼다. 이 가운데 US 여자오픈을 포함해 메이저대회 승수만 5승. US 여자오픈 우승으로 내년 시즌 LPGA 투어 진출권을 얻었다. 올 시즌 성적이 워낙 화려해 내년 시즌 성적이 궁금하지만 전인지는 골프인생 2막의 첫 장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첫해 상금랭킹 10위 안에만 들어도 스스로 칭찬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전인지처럼 4관왕으로 국내 무대를 평정하고 미국으로 건너간 김효주는 올 시즌 1승을 거뒀다. 이름값에 비하면 다소 아쉬운 성적. 함께 LPGA 투어에 데뷔한 백규정은 톱10 한 차례에 그쳤다. 그들처럼 적응에 어려움을 겪지는 않을까. 전인지는 그러나 "적응하고 즐기는 것은 자신 있다"고 했다. "성적보다는 '이 대회 아니면 언제 이곳에 와보겠나'하는 생각으로 뛰려고요. 대회장 현지의 식당도 찾아가고 유명한 곳도 놀러 가야죠. 즐길 준비돼 있습니다. 팬분들과 친구·가족 보고 싶어지면 어떡하나 그게 걱정이죠." 전인지는 초청선수 등으로 이미 LPGA 투어 대회를 꽤 경험한 터라 외국선수들도 많이 사귀었다며 두려움보다는 아직 쳐보지 않은 코스에 선다는 기대감이 더 크다고 했다. 미국에서 뛰는 동안 가장 우승하고 싶은 대회는 전통의 브리티시 여자오픈이란다. 전인지는 수학 교사 출신의 열살 터울 언니와 2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로 떠나 2~3주간 몸을 만든다. 이후 플로리다주 올랜도로 이동해 샷을 보완하고 내년 2월3~6일 플로리다 오칼라에서 열리는 시즌 두 번째 대회 코츠 챔피언십으로 LPGA 투어에 정식 데뷔한다.
올 시즌 자신의 키워드로 전인지는 '덤보슬램'을 꼽았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아기코끼리 덤보는 전인지의 별명. 한 시즌 한미일 메이저 석권을 팬들은 덤보슬램이라 부른다. 가장 기억에 남는 크리스마스 선물은 어릴 적 부모님에게 받은 머리끈 세트. 앞으로 받고 싶은 선물이 뭐냐는 질문에는 "남자친구"라며 수줍게 웃었다. 하지만 골프선수는 사절이다. "언니가 남자친구로 캠퍼스 커플(CC)이랑 골프선수는 안 된댔어요. 운동선수 말고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을 만나보고 싶어요."
고려대 사회체육학과 3학년인 전인지는 스포츠마케팅 관련 수업에 가장 흥미를 느끼고 있다. "정말 귀에 쏙쏙 들어오는 거 있죠? 대회를 준비하는 입장이나 선수 관리해주는 분들의 고충을 이해하게 됐어요. 그렇게 보기 시작하니 대회에 나가는 게 더 재미있어졌고요. 나중에 그쪽 일을 할 기회가 생기면 마다할 생각은 없습니다." 일정상 학업에 소홀할 수밖에 없었던 3학년 1학기 성적은 비밀이다. 하지만 '진짜 열심히 한' 1학년 때는 3.8(4.5 만점)까지 받아봤다고 한다. 보통의 대학생들처럼 동아리 활동을 못 해본 것은 지금까지도 아쉽다. 학교친구들에게 '허당' 소리도 듣는다는 전인지는 "올 시즌은 '사고쳤다'고 말할 만큼 잘 풀렸다. 내년에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올해 같은 응원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