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대기업·中企 상생협력 실천이 중요
이현호 기자 hhlee@sed.co.kr
대기업 2차 하청업체인 시화공단 소재 사출금형 전문업체 Y사. 최근 이 대기업이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납품단가를 최고 15% 인하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소식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이 기업에 직접 납품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속사정을 알아보니 이유는 간단했다.
이 회사에 대한 납품단가 인하가 관철되면 1차 하청업체가 그 부담을 덜기 위해 결국 2차 하청업체에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해올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기업에 납품하는 1차 하청업체인 반월공단의 다른 부품업체 A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A사는 이 기업이 얼마 전 두자릿수 납품단가 인하율 방침을 내세웠다 여론의 질타로 주춤하고 있지만 통상 매년 2~5% 수준의 납품가 인하를 관철해온 것을 감안하면 올해는 적어도 4~7%대의 단가 인하를 감내해야 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A사 재무담당 임원은 "겉으로는 협의를 한다지만 대기업과 일대일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하청업체가 거절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게 현실"이라며 하소연했다.
이처럼 대기업의 납품단가 인하요구 소식에 하청업체들의 탄식이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있다. 그 기업은 "대내외 경쟁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협력업체와 고통분담 차원"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대기업들이 납품단가를 깎는 손쉬운 방법으로 경영부담을 하청업체에 떠넘기려 한다면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을 실현할 수는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이런 현상은 대기업들이 너도나도 경쟁하듯 협력업체에 대한 기술 및 자금지원 등을 약속하는 등 대ㆍ중소기업 상생 노력방침을 밝히고 있는 가운데 빚어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결코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원자재와 원유 가격의 상승, 원고 등 경영환경이 모든 경제주체들에 힘든 상황에서 대기업들이 해외 바이어와의 협상력을 높이는 등의 전략은 별로 전개하지도 못하면서 하청업체에만 납품단가 인하 요구를 관철하려 하는 것은 문제가 많은 것이다.
전문가들도 대기업들이 수출 결제통화 다변화 노력과 해외공장 가동률 극대화 및 현지판매 확대 등을 통해 어려운 대내외 경영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대책마련에 적극 나선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기업들이 스스로 내부의 구조조정과 경영합리화를 위한 노력보다 하청업체에만 고통분담을 요구한다면 대ㆍ중소기업의 상생협력은 결국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할 것이다.
입력시간 : 2006/02/20 16: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