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소설전집'을 냈던 세계사는 전집 재출간에 나섰다. 17권으로 구성된 기존 전집에 노인 문제를 문학의 영역으로 확장한 장편 '아주 오래된 농담'과 성장 및 연애소설 성격이 강한 '그 남자네 집'을 추가하고 기존 '꿈엔들 잊힐리야'를 고인이 원했던 제목 '미망'으로 바꿔 박완서 소설 전집 22권을 새롭게 내놓는다. 박완서 문학의 결정판인 이번 전집 발간에는 고인의 장녀 호원숙 씨를 비롯해 문학평론가 이경호ㆍ권명아ㆍ홍기돈 씨가 기획위원으로 참여했다. 특히 전집 재출간은 지난 2010년 5월부터 기획돼 당시 박완서 선생도 초창기 교정 작업에 참여했는데, 그의 타계 후 일시 중단됐다가 이번에 재개된 것이다.
문학동네는 이에 앞서 박완서의 마지막 소설집 '기나긴 하루'를 지난 주 선보였다. 작가가 생전에 마지막으로 묶어낸 '친절한 복희씨'(문학과지성사, 2007년) 이후 작고하기 전까지 발표한 3편의 소설인 '석양을 등에 지고 그림자를 밟다', '빨갱이 바이러스', '갱년기의 기나긴 하루'등과 김윤식 서울대 명예교수, 소설가 신경숙, 김애란이 각각 추천한 3편을 합쳐 여섯 편의 작품이 실렸다. '석양을 등에 지고 그림자를 밟다'는 젖먹이 때 돌아가신 아버지의 기억, 숙모, 할아버지 기억을 거쳐 자신이 살아온 얘기를 파노라마처럼 압축해 펼쳐 놓았다. '빨갱이 바이러스'는 전쟁으로 친척간에 벌어졌던 살인의 비밀 등 전쟁의 상처를 그렸다. 작가는 이 작품에 대해 "그 시대를 견디게 했던 것은 '언젠가는 이것을 글로 쓰리라'는 생각 때문이었다"며 "죽을 때까지 현역작가로 남는다면 행복할 것 같다"는 기대를 밝히기도 했다. 지난 2008년 발표한 '갱년기의 기나긴 하루'는 시어머니 세대와 갱년기인 나, 이혼한 아들 세대의 말과 행동, 의식의 차이 앞에서 서로가 갈등하는 모습을 그렸다. 김윤식 교수는 '카메라와 워커'를 골랐으며 신경숙은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김애란은 '닮은 방들'을 추천했다.
박완서의 등단작인 장편소설 '나목'도 1주기를 맞아 500권 한정 특별판으로 재출간됐다. 지난 1976년 '나목'을 출간했던 출판사 열화당은 당시 세로쓰기 판본 그대로 편집한 '나목'과 고인의 장녀 호원숙이 엮은 '나목을 말하다'를 묶어 함께 내놓았다. '나목'은 1970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현상공모에 당선된 박완서의 데뷔작으로 화가 박수근을 모델로 삼은 작품이다.
'나목을 말하다'는 '나목'과 관련한 다양한 자료들을 한데 모아 편집한 것. '나목'의 소재가 된 박수근의 그림과 1주기 기념 출판에 붙이는 호원숙의 글 '엄마의 나목'을 비롯해 그 동안 박완서가 '나목'에 대해 쓴 글 다섯 편, 김윤식과 김우종의 평론, 여성동아 공모 당선 직후 독자들이 보내온 감상문, 작가가 손수 쓴 박완서 연보 등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