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신중한 위앤화 평가 절상

이충식 <SK증권 상무이사>

중국 전국시대 말 진나라의 왕이었던 영정은 초나라를 멸망시키고자 노장 왕전을 보낸다. 전장에 나아가 철저한 방어태세와 진지를 구축한 왕전은 병사들에게 절대 공격하지 말 것을 명한 후 적당한 훈련과 풍성한 먹을거리를 제공하며 편히 쉬게 했다. 공격을 하지 않고 쉬기만 하는 진나라 군사들 앞에서 초나라 장수들은 일년여를 대치하다 결국 병사들에게 철수를 명령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왕전은 이때를 기회로 삼아 기습공격을 감행했고 기다림에 지쳐 전의를 상실한 초나라 군사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파죽지세로 왕전은 초나라 수도까지 진격해 초왕을 사로잡게 된다. 손자병법에 나오는 병법 중 ‘이일대로(以逸待勞)’는 이처럼 쉬면서 힘을 비축했다가 적이 피로해질 때를 기다려 공격하는 것이 최선이 될 수 있음을 가르쳐준다. 최근 국제금융시장은 중국이 언제 얼마만큼 위앤화 평가절상을 단행할 것이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마치 이일대로의 교훈처럼 주변국들, 그리고 위앤화 절상을 노린 투기세력들과의 대치국면을 지혜롭게 풀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 2003년 9월 G7회담에서 제기된 아시아 국가들의 외환시장 개입자제 촉구 이후 위앤화 평가절상 문제로 불거지기까지 이 문제를 이년여 가까이 끌어오면서 많은 이해관계자들을 기다리게(?) 해왔다. 中, 내외변수 고려 시기 모색중 그런데 갑작스레 위앤화 평가절상이 임박한 것처럼 떠들썩한 배경은 중국 인민은행장과 관영언론의 환율개혁 내지는 제도변경 관련 보도가 잇따른 가운데 중국 외환시장에서도 위앤화 환율이 잠시 통제범위를 벗어나면서 크게 불거진 데 있다. 과거 중국정부가 연휴기간을 틈타 전격적인 정책변화를 단행했던 전력이 있는 탓에 이번에도 노동절 연휴를 맞아 국제금융시장에서 조기 절상을 예상하는 분위기가 고조된 것이다. 위앤화 평가절상의 필요성은 사실 중국 내부보다는 외부에서 압력이 강하다. 미국 의회가 6개월 내 중국이 평가절상 조치를 단행하지 않으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평균 27.5%의 보복관세를 매기겠다고 한 것도 조급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물론 내부적으로도 중국의 1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9.5%에 이르러 예상보다 과열기미를 보이고 부동산투기 또한 우려되는 상황이다. 중국 사회과학원은 부동산투기가 원자재 가격 상승을 유발하고 위앤화 평가절상 압력으로 돌아오고 있으며 부동산 거품 붕괴시 소요발생 가능성이 있음을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중국은 큰 대가를 치르게 될지도 모르는 위앤화 평가절상을 호락호락하게 조기에 단행하기보다는 이일대로의 지혜로 적당한 시기를 택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오는 2006년 말 전면개방을 앞두고 있는 중국 금융시장의 경우 서비스 개선과 부실채권비율 감소 등 금융시스템 개혁이 진행되고 있는 반면 은행 회장의 비리사건 연루 등 고위관계자들의 도덕적 해이와 불법경영 관행은 여전한 편이다. 또한 직접금융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이 크게 부족하고 금리구조가 여전히 경직적이며 외환시장제도도 선진수준에는 아직 미치지 못한다. 여기에 역사적으로 영국ㆍ미국ㆍ일본ㆍ중국 등으로 이어지는 세계 자본이동에 변화를 줄 수 있고 한번 흐름이 바뀌면 돌이킬 수 없다는 점에서 외환정책의 근본적 변화에는 신중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일부 해외 분석가들은 중국이 위앤화 10% 평가절상을 단행할 경우 GDP 성장률이 4~5% 수준으로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초기 절상폭을 5%선에서 억제시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과열억제를 위한 금리인상 조치와 같이 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 대한 부동산 과세조치 등 다른 수단의 효과를 지켜보면서 환율제도도 금융시스템의 강화를 전제로 한 복수통화바스켓제도를 도입하거나 절상폭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등 점진적인 조치로 이행할 가능성이 높다. 원화 동반 절상 대비해야 결론적으로 위앤화 평가절상 조치가 머지않은 시점에서 우리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충분한 대비책을 마련해둘 필요성이 있다는 점이다. 비록 위앤화 평가절상이 예고된 정책전환이기는 하지만 당장 절상조치가 단행될 경우 일본ㆍ한국ㆍ대만 등 동아시아 통화도 일정부분 동반절상 압력을 불가피하게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우리 경제가 추진해왔던 금융 및 기업의 시스템 개혁에 의한 시장 자율적 조정기능 제고 등으로 인해 대외적 충격에 대한 면역력이 높아지기는 했지만 예측 불가능한 새로운 경제환경 변화에 대해 유비무환의 자세로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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