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스마트폰 업계 '맞수' 삼성전자와 애플의 희비를 엇갈리게 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중국 저가스마트폰 제조사들의 거센 추격으로 주춤한 반면 애플은 중국 시장에서의 약진을 발판으로 성장세를 이어가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의 약진을 견제하지 못하면 삼성전자와 애플은 언제든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시장 성수기인 7~9월 저가 스마트폰 시장을 누가 선점하느냐와 9월에 선보일 전략스마트폰 '갤럭시노트4'와 '아이폰6'의 시장 성과에 따라 삼성전자와 애플의 하반기와 올 한해 최종 성적표가 또다시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시장이 희비 갈랐다= 애플이 22일 (현지시간) 발표한 2014 회계연도 3분기(6월 28일까지) 실적 발표를 살펴보면 매출은 374억 달러(6% 증가), 순이익은 77억 달러(12% 증가)로 2분기 연속 성장세를 이어갔다.
이 같은 성장세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신흥 시장에서의 매출 상승 덕분이다. 홍콩과 대만을 포함한 중화권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28% 증가했다. 이 기간 미국 시장 매출 성장률이 1%에 불과한 것과 비교된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 아이폰 판매량은 48% 늘었고, 태블릿PC 아이패드 역시 61% 증가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실적 발표 이후 컨퍼런스콜에서 "중국 등 신흥국에서 아이폰 이용자 저변이 확산 되고 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반면 삼성전자는 2분기에 매출 52조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9.5%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4.4% 줄어든 7조2,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삼성전자는 2분기 잠정실적 부진에 대해 "중국 등 신흥시장에서 주력제품 판매 부진 등이 작용했다"고 말했다.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 경쟁에서 밀린 것이 주요 원인인 셈이다.
중국 시장에서 양사의 희비는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홍콩의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 리서치'가 지난 14일 발표한 5월 스마트폰 판매량에서 애플의 아이폰 5S는 1위에 올랐지만 삼성전자의 갤럭시 S5는 2위에 그쳤다. 출시된 지 8달이 넘은 아이폰5S에 1위 자리를 내줬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보급형 스마트폰이 성과 좌우 = 하반기 역시 상반기처럼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을 누가 선점하느냐가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애플이 유리한 위치다. 애플은 오는 9월 화면크기를 키운 4.7인치와 5.5인치 두 개 모델의 '아이폰 6'를 내놓을 계획이다. 이 제품은 아이폰의 단점으로 지적된 작은 화면크기(3.5~4인치)를 해소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안드로이드 기반 대화면 스마트폰들을 위협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은 중국 시장 판매망도 넓히고 있다. 오는 2016년까지 충칭과 허난 등 내륙 지역을 중심으로 직영점 10곳을 추가로 열 계획이다. 이럴 경우 지금의 2배인 20개 애플 매장이 늘어난다. 특히 오는 10월경에 내놓을 스마트시계 '아이타임'도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 이어 성장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9월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4'를 비롯해 '갤럭시 알파'를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3분기에 보급형 신모델을 대거 투입해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견제에 나선다. '갤럭시 S5 미니' 출시를 시작으로 '갤럭시코어Ⅱ·갤럭시스타2·갤럭시에이스4·갤럭시영2' 등 다양한 보급형 신모델을 세계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동시에 고가 스마트폰시장을 겨냥해 갤럭시 노트4와 연계한 '가상현실 헤드셋(기어 VR)'을 내놓고 애플의 아이와치에 맞불을 넣을 계획이다.
문송천 카이스트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는 "고가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로 당장 혁신적인 신제품을 내놓지 못한다면 결국 중국 등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한 중저가 스마트폰시장을 누가 선점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