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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서울 역삼동의 로케트전기 서울사무소. 차인범 전략기획부 이사의 회사소개가 끝난 뒤 로케트전기의 미래형 박형전지가 등장하자 대학생 탐방단은 이내 탄성을 질렀다. 얼핏 봐선 종이와 구분이 가지 않을 만큼 얇고 가볍게 발전한 전지의 모습이 경탄을 자아냈기 때문. 로케트전기가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건전지(1차전지) 시장에 머물며 제자리걸음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선입견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노재호(한국외대 네덜란드어과 4년) 씨, 박하늬(숙명여대 국문과 3년)씨, 신상철(한국외대 경영학과 3년) 씨 등 대학생 탐방단은 에너지저장시스템(ESS)에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ESS는 발전소에서 공급받은 전기를 2차전지에 다시 저장한 뒤 전력이 끊겼을 때 다시 꺼내 쓸 수 있는 대용량 전력저장장치다. 차 이사는 "일본 원전사고를 계기로 ESS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얼마전 일본에 가정용 ESS를 수출하는 데도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뒤이어 탐방단을 맞은 김성찬 대표는 사원으로 입사해 사장까지 오른 이력에 걸맞게 말 속에 회사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넘쳐났다. "올해 67주년을 맞는데 앞으로 100년 기업이 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겠다"며 " 비전을 새로운 인재들과 함께 만들어 나가겠다"고 미소를 지었다.
그는 회사의 강점으로 ▦축적된 기술력 ▦위기관리능력 ▦화합하는 조직문화를 꼽았다. "전지 한 우물을 판 회사이다 보니 전지와 관련해 축적된 기술력이 상당하고 오래된 기업인 만큼 변동성 심한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위기관리능력이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뒤이어 '화합하는 기업문화에 대한 구체적 사례가 궁금하다'는 탐방단의 질문이 나왔다. 그러자 김 대표는 "87년도에 전지가 수입자유화가 되면서 값싼 중국산 전지들이 많이 들어오면서 노사가 싸울 여력이 없다는 생각에 노사가 손을 맞잡고 일했다"며 "그후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일 많았지만 노사관계가 원만했던 덕에 버텨낼 수 있었다"고 답했다.
녹색경영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박 씨는 "전지하면 흔히 환경에 유해하다는 편견을 갖고 있는데 어떻게 녹색경영을 실천하고 있느냐"며 궁금증을 표했다. 김 대표는 "로케트전기는 90년대 초반 상당한 시간과 돈을 투자해 무수은, 무카드뮴화 전지생산에 성공했다"며 "또 망간, 아연 등 전지 원료로 인한 유해물질 발생을 줄이기 위해 전지를 회수해 재처리하는 일을 주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 대표는 신입 사원에서 최고의 자리까지 오른 인생선배로써 훈훈한 조언을 하며 자리를 마무리했다. 그는 "학교 다닐 때는 상당히 고민이 많았는데 지내놓고 보니까 그건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잡고도 얼마든지 자기 인생이 바뀔 수 있는 기회가 많더라"라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항상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좌절하지 말고 극복할 수 있는 신념과 믿음을 가지고 지금 최선을 다해라"라고 강조했다.
탐방을 마친 대학생들은 회사의 강점과 성장성에 대해 다시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며 중견ㆍ중소기업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고 입을 모았다. 신 씨는 "한때 1,000억원대 매출이 반토막나는 등 어려운 시기를 겪었지만 다시 세계 5대 전지메이커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이 인상깊었다"며 "지금까지 경영전략이 '생존'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성장'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