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사진) 신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는 법인세 인상에 반대하는 등 증세에는 부정적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부족한 세수는 비과세 감면 정비, 지하경제 양성화로 확충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22일 유 내정자의 18, 19대 국회 대표 발의 법안, 그동안의 발언,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
유 내정자는 2013년 12월 세수 부족을 우려하는 지적에 대해 “법인세는 소득재분배와는 무관하고 투자 결정에 왜곡을 가져오기 때문에 세율 인상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우리 경제 상황에서는 경제 활력을 다시 찾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세율을 높인다든지 하는 인위적인 증세의 방안을 찾기보다는 불필요한 비과세감면제도를 정비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올해 2월에도 “비과세 감면 부분을 먼저 조절하고 그러고도 안 된다면 법인세율의 인상 문제를 최후의 수단으로 따져봐야 한다”며 “법인세율을 올리는 것은 부작용까지 감수 해야 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국회에서 발의한 법안을 보면 유 내정자의 탈세에 대한 깐깐한 잣대를 확인할 수 있다. 2014년 1월 조세포탈범의 신상공개를 위해 국세청과 법원의 정보공유를 하는 국세기본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3개월 전인 2013년 10월에는 소득금액이 100억원 미만인 법인사업자의 소득탈루율이 67%에 이르는 점을 바로잡기 위해 외부감사 대상이 아닌 법인에 회계감사 비용 일부를 세액공제해줘 회계감사를 유도하는 조세특례제한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내놓았다. 2012년 9월에는 카드가맹점이 고객의 카드 사용을 거부하는 것을 막고자 카드사용 거부 사례를 금융위원장이 관할 세무서장에게 통보하는 법인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18대 국회에서는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건강보험공단은 신용정보집중기관이 건강보험료 체납자 등의 인적사항, 체납액 등을 요구하면 그 자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내놓았다.
또 탈세와 관련해 실증분석을 위해서는 국세청의 정보 공개가 필수적이므로 납세자의 개인정보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국세청의 원시자료가 대폭 공개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올해 세수는 넉넉히 걷힐 것으로 보이지만 내년 세수가 펑크나는 등 문제가 생기면 지하경제 양성화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이 높은 대목이다.
한편 유 내정자는 담뱃값 인상도 일찌감치 추진했다. 2010년 5월 재정수입 증대와 담배 소비 억제를 위해 담배에 붙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과 담배소비세를 매년 소비자물가상승률 등에 연동시켜 책정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전의 ‘한국조세연구원’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으로 바꾸는 데 주도적인 역할도 했다. 2012년 8월 이전에 원장직을 지낸 한국조세연구원이 이미 재정도 심도있게 연구하고 있다며 명칭을 바꾸는 법안을 대표발의했고 2013년 6월 수정가결됐다. 2011년 7월에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내용을 금통위원 실명으로 기록해 15년 후 공개하는 한은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