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분야에서 창조적인 경영으로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2007년 7월)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꾸라.”(93년 6월) 중요한 고비 때마다 그룹 경영의 조타수로 나서 그룹 혁신을 주도해온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특유의 돌파력을 앞세워 ‘창조경영’의 기치를 높이 치켜들었다. 지난해부터 이 회장이 새로운 기업이념으로 설파해온 ‘창조경영’은 지난 93년 삼성그룹의 질적 도약을 추동시킨 ‘신경영’에 비견되는 것이어서 재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어왔다. 특히 이 회장은 최근 들어 삼성전자ㆍ삼성SDI 등 전자계열사의 실적부진으로 촉발된 삼성그룹의 위기론을 반박하며 4~5년 뒤 미래를 대비하라고 강조, 어려운 상황 때마다 정면돌파의 승부수를 던져온 경영스타일을 이번에도 가감 없이 보여줬다. 지난 20년 남짓한 그룹 경영 과정에서 이 회장이 이처럼 직접 전면에 나서 그룹의 경영전략과 혁신을 주도하거나 위기를 극복해낸 사례는 적지않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해 새로운 개념인 ‘창조경영’을 제시하며 기업혁신을 독려했고 또 ‘X파일’ 사건 등으로 불어닥친 ‘안티 삼성’ 여론을 설득하기 위해 8,000억원의 사재 출연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번 역시 삼성그룹 안팎에서 위기론이 확산되자 이 회장이 ‘창조경영’이라는 그룹의 경영패러다임을 거듭 제시하며 질적 변화의 방향을 명확히 알려주는 나침반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앞서 삼성그룹 측은 지난해보다 8% 성장한 올 상반기 매출실적을 공개하며 위기론이 과장됐다고 일축, 이 회장의 ‘창조경영’ 설파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을 했다. 비록 일부 계열사의 경우 구조조정이 추진되고 있지만 이는 삼성그룹의 현재 존립이 위태롭다기보다 4, 5년 뒤를 내다본 경쟁력 강화를 위한 포석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 회장의 ‘창조경영’ 강조 역시 새로운 질적 도약을 위한 공격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이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방어책이 아니라는 얘기다. 삼성그룹의 한 관계자는 “지금 시점은 새로운 경영패러다임이 필요한 때”라며 “샌드위치 위기론이나 창조경영 모두 새로운 10년을 준비하기 위한 경영혁신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10년, 20년 뒤를 내다보는 혜안으로 그룹의 질적 변화를 추동시킨 이 회장의 일대 승부수는 뭐니 뭐니 해도 93년 ‘신경영’ 선언을 들 수 있다. 이를 계기로 삼성그룹은 주력기업인 삼성전자를 앞세워 ‘한국 1위’에서 ‘세계 1위’ 기업집단으로 도약했다. 외환위기가 불어닥치기 4년 전인 93년 이 회장은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계열사 CEO들을 불러 긴급회의를 열고 ‘양에서 질로의 질 중시 경영’을 주문했다. 당시 이 회장은 “양은 0%로, 질은 100%로 해라. 이를 위해서라면 시장점유율이 줄어도 좋고 회사가 1년 동안 문을 닫아도 좋다”고 단언했다.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꾸라”고도 했다. 이후 주력사인 삼성전자는 ‘우물 안의 개구리’ 수준에서 탈피, 반도체ㆍ휴대폰ㆍ디지털TV 분야에서 약진을 거듭해 세계적인 IT기업으로 성장했다. 신경영 이후 삼성그룹의 총 매출액은 93년 41조원에서 지난해 141조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고 세전이익도 4,900억원에서 14조1,000억원으로 29배나 늘었다. 이로부터 14년 뒤 이 회장은 ‘창조경영’을 기업의 새 경영전략으로 선포하며 다시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기업성장의 변곡점을 파악한 뒤 혁신이 필요한 시기마다 직접 전면에 나서온 이 회장이 어떻게 삼성그룹을 변신시켜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