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나눔의 아름다움

캐나다 토론토의 중심가에서 블루어거리를 따라 서쪽으로 가다보면 `스톱103`이라는 간판과 함께 조그만 사무실이 나타난다. 이곳은 바로 극빈자들을 긴급 구호하는 기관으로서 이름이 나있는 곳이다. 하루 끼니를 거를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오면 먼저 사회복지사의 개인상담을 받은 후 일종의 `처방`을 받아 이곳에서 2~3일치의 식량을 얻게 된다. 여기에서 나누어주는 식량은 대체로 각급 학교나 교회에서 모아들인 각종 캔종류나 쌀을 비롯한 곡류와 고기류까지도 다양한 종류를 갖추고 있다.주로 당장 허기를 메워야 하는 노숙자들을 위한 긴급구호기관인 이곳에서는 이 같은 식품만이 아니라 취직을 하기 위하여 면접을 사려는 사람들에게 목욕값을 도와주는 것은 물론, 비록 헌옷이긴 하지만 잘 다림질된 양복을 마련해 주기도 하며 거처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일정한 기간 생활할 수 있는 쉼터도 소개하여 준다. 그런데 이러한 지원물품은 모두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가져다주는 것이며 그것을 배급해 주는 실무를 담당하는 사람들도 퇴직을 한 자원봉사자들이라는 사실에 감동 받지 않을 수 없다. 또 한가지 놀라운 일은 한번 식품을 받아간 사람들이 2~3일이 지나면 또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자주 오는 사람들도 대개는 2~3개월에 한번쯤 온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가지 신기한 것은 도심 한복판에 그것도 상가가 즐비하게 있는 그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어 누추한 노숙자들이 시도 때도 없이 들락거리는 이 장소에 대해 어느 누구도 방해하거나 시비거는 일이 없다는 점이다. 우리 식으로 보자면 일종의 혐오시설임에 틀림이 없으나 주변사람들이 오히려 서로 돕고 이해해 주면서 함께 하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다. 우리는 어떠한가. 이미 여러 차례 보도가 된 일이 있지만 서울 문래동에 있는 노숙자 긴급구호시설인 `자유의 집`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동안 구청은 구청대로 구의회는 의회대로 이 시설을 다른 곳으로 `옮기라`는 강력한 요구에 밀릴 수밖에 없게 되었다는 것이 알려진 이야기이다. 이 집에서는 한때 1,400여명이 넘는 노숙자들이 겨울을 나면서 동사의 위기를 넘길 수 있었고, 지금도 800여명이 내일의 희망을 접지 않고 서로 기대어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이 집이 문을 닫은 후에 이들은 과연 어디로 갈 것인가도 문제이지만, 우리는 그때 과연 불행한 이웃에게 무엇을 하였는가 라는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할 지가 더 문제인 것이다. 우리도 불행한 이웃과 함께 기대어 살면서 희망을 나누는 아름다운 모습이 더욱 그립다. 우리가 자랑할 수 있는 미래는 노숙자의 거처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노숙자와 더불어 살 수 있는 그런 세상일 것이다. <이재정(국회의원ㆍ민주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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