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이 러시아 연해주로 이주해온 지 140년이 됐습니다. 조선족도 이제 5세대에 들어서 인터넷 열풍이 거센데 IT(정보기술)만큼은 조국인 한국 것을 배워갔으면 합니다." 14일 재외동포재단 주관으로 열리는 세계한상대회 참석차 서울을 찾은 조선족기업가 텐 알렉산드로(한국명 정일ㆍ55) 씨를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만났다.
텐 씨는 러시아 우수리스크시(市)에서 건설, 호텔, 자동차 부품업 등을 하는 '우수리 서비스' 그룹 회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연매출 6천만 달러(616억원), 순이익300만 달러를 올리는 대기업 수장이다.
텐 회장은 2000년 우수리텔레서비스를 설립하면서 연해주 지역에서 IT 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조선족도 이제 5세대에 들어서면서 러시아 본국 뿐 아니라 중국과도 활발하게 사업 협력을 하고 있습니다. 농업을 생업으로 삼는 척박한 소수민족 세대를 벗어나면서 연해주에도 'IT 붐'이 일고 있습니다." 우수리텔레서비스는 연해주 지역에 광통신망을 구축해 인터넷 방송, 인터넷전화(VoIP) 등을 서비스하고 있으며 가입자수 기준 연해주 최대 포털사이트인 'UTL(www.utl.ru)'도 최근 개설했다.
"최근에는 와이파이(Wi-Fi)와 같은 휴대인터넷 사업도 추진하고 있는데 모두 미국과 러시아 기업들로부터 이전받은 기술입니다. 한국이 세계적인 'IT 강국'이지만 조선족 동포들에게는 먼 얘기일 뿐이죠." 텐 회장은 할아버지가 연해주로 이주해와 정착하게 된 조선족 3세대. 농업을 기반으로 살아온 1세대로부터 IT 산업을 기반으로 활로를 모색하는 5세대를 잇는 중간역할을 맡겠다고 다짐했다.
러시아교포복지재단 회장직도 맡아 대학생을 위주로 컴퓨터 무료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매일 100여명이 신청, 강의를 듣고 있다.
"조선족 사이에 '네티즌'이란 말은 없지만 한국에서 PC방으로 불리는 '인터넷 카페'가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우수리텔레서비스도 5곳을 운영하고 있으며 향후프랜차이즈 형태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텐 회장은 이번 방한 기간 국내 IT 장비 및 서비스 업체와 잇따라 접촉, 기술협력과 합작사 설립 등을 추진하고 있다.
텐 회장은 "연해주 지역에 초고속 인터넷을 깔겠습니다. 이왕이면 고국인 한국에서 IT 서비스 기술을 들여와 조선족도 당당한 인터넷 세대가 되도록 하고 싶습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