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유의 정체성이 묻어나는 한지가구로 세계 시장을 정복하는 것이 꿈입니다." 가구 제조업체인 로움의 김종섭 대표는 지난해 연말 한지로 외장을 마감한 사무용가구브랜드 '로움(ROUUM)'을 출시했다. 중소 가구업체가 독자적으로 개발에 뛰어들기엔 다소 무모해 보일 수 있었던 시도였지만 1년6개월 동안 약 5억원의 연구비를 들여 개발에 성공한 것. 여기에는 한국의 정체성을 담은 가구브랜드를 개발해보자는 김 대표의 강한 의지가 작용했다. 그는 "국내에 가구 브랜드들은 넘쳐나지만 이탈리아나 유럽의 가구 제품 디자인을 카피하는 데 급급했던 게 현실"이라며 "한지를 이용하면 세계 가구시장에서 바이어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생각에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로움의 한지가구는 30톤의 압력을 가해 한지를 슈퍼EO급 파티컬보드(PB)에 부착시켜 탄생시킨 제품이다. 일반적으로 가구에 사용되는 무늬목 시트지 대신 국내산 닥나무로 생산한 한지를 마감재로 이용, 습기에 강해 곰팡이가 잘 피지 않고 내구성 및 통기성이 뛰어난 특성을 지니고 있다. 특히 제품 곳곳엔 최고의 친환경 가구를 만들겠다는 김 대표의 의지가 베어 나온다. 그는 이탈리아의 한 도료 회사에 의뢰해 한지에 적합한 수성도료를 개발했다. 일반 수성도료를 사용할 경우 발생하는 한지의 박리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한지가구의 보드 역시 친환경 PB인 화향보드를 사용했다. 화향보드는 볏짚, 밀짚을 폴리우레탄으로 접착하고 불연 처리한 제품으로 불에 잘 타지 않는 특성을 지녔다. 또 짚으로 제작했기 때문에 포름알데히드 방출량이 '0'에 가깝고 화재 시에도 유독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고 김 대표는 전한다. 그는 "직장인들이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이 가구"라며 "디자인만큼 제품 사용자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제품 특성을 반영하듯 한지가구 로움은 '에코 처치(Eco church)'를 콘셉트로 설계된 서울 장충교회에 올초 2억원 가량의 제품을 납품했다. 최근에는 교구용 한지가구인 'B2O'를 출시하는 등 제품라인 다양화에도 나서고 있다. B2O는 국내 최초로 가구에 제조 성분 표시와 국가통합인증마크인 KC마크를 부착, 교사와 학생들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김 대표는 "오는 9월께 아동용 가구를 출시하고 내년 상반기에는 한지를 이용한 생활가구를 출시하는 등 종합가구회사의 면모를 갖춰나갈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올해 전년보다 두 배 이상인 40억~50억원 수준의 매출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를 위해 김 대표는 현재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생산라인의 증설을 진행중이다. 현재까지는 반자동화로 진행됐던 도장 라인을 오는 9월까지 10억 가량을 들여 100% 자동화 시스템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또 내년 하반기에는 세계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미국, 일본, 유럽 등지에 샘플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20년 가까이 치과 기공소에서 사용하는 집진기를 개발 및 제조하며 안정된 수익을 거두던 김 대표가 5년전 가구사업에 뛰어들었을 때 주변의 반대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최근 가구산업을 사양산업이라 인식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 하지만 김 대표는 이를 강하게 부정한다. 김 대표는 "가구산업의 내수시장이 위축되는 현상만 두고 가구산업의 미래를 예단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고유의 디자인과 제품력을 앞세운 가구 브랜드로 해외에 눈을 돌린다면 국내 가구 산업의 제2, 제 3의 전성기가 언제든지 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