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구조조정보다 지배력 강화' 카드 통할까

동부그룹, 제철 유상증자 미루고 인베스트먼트 우선 지원 계획 제출<br>오너 그룹 지배 핵심 계열사 자금난에 9월 중 부도 위기<br>사재 1300억 투입 추진<br>"개인회사 지원 동의 못한다" 금융당국·채권단은 반대


주요 계열사 매각 등 자구계획안을 발표했던 동부그룹이 구조조정보다는 오너의 지배력 강화에 더 방점을 찍은 계획을 금융감독 당국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동부인베스트먼트 등에 대해 우선지원을 하되 동부제철 유상증자 등은 미루자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금융 당국과 채권단은 구조조정을 미루고 오너의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수순이라며 반대,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19일 채권단에 따르면 최연희 동부그룹 건설·디벨로퍼분야 회장 겸 농업·바이오부문 회장은 지난 11일 조영제 금융감독원 부원장에게 면담을 요청해 이 같은 방안을 제시했다.

최 회장은 "동부제철 인천 공장과 동부발전당진은 매각이 성사되면 유동성이 공급되기 때문에 당장 지원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면서 "반면 동부인베스트먼트와 동부스탁인베스트먼트는 9월 중 부도 위기에 처해 있고 이들 기업은 여러 계열사의 지분을 갖고 있어 그룹 전체의 연쇄부도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이 언급한 동부인베스트와 동부스탁인베스트는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지분 100%를 소유했으며 계열사의 지분을 갖고 있어 김 회장 지배구조를 강화하는 핵심 계열사다. 김 회장은 동부인베스트를 통해 동부메탈 주식 31%와 동부팜한농 주식 12.71%를 소유하고 있다. 동부스탁인베스트를 통해서도 동부메탈 지분 17%를 갖고 있다. 김 회장은 특히 이들 회사를 통해 계열사 간 자금지원을 해왔다. 회사의 계열사 지분을 담보로 동부캐피탈과 동부씨엔아이 등에 돈을 빌리는 식이다. 동부씨엔아이는 동부제철과 동부건설·동부하이텍·동부메탈 등 9개 계열사의 지분을 가진 사실상의 지주회사다. 이 과정에서 장남이자 동부화재 최대주주인 김남호 동부제철 부장은 동부화재 지분 일부를 담보로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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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간 이 같은 자금흐름으로 동부인베스트와 동부스탁인베스트는 오는 9월 말부터 12월 사이에 동부메탈 투자를 위해 빌린 약 2,000억~3,000억원의 만기가 돌아온다. 김 회장은 사재 1,3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생각인데 이 돈은 당초 동부제철에 유상증자해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돈이다.

지난해 11월 동부그룹은 동부제철 유상증자를 포함한 자구계획안을 밝힌 바 있다. 이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동부제철 인천 공장과 동부발전당진을 묶어 포스코에 팔기 위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가격 차이 때문에 지지부진하다. 동부는 매각가격으로 1조5,000억원대를 주장하고 산은 측은 8,000억~9,000억원대, 포스코 측은 5,000억~6,000억원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매각 불발 가능성도 나온다.

이 때문에 금감원과 산은은 동부가 동부제철을 지원해 매각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 부장이 보유한 동부화재 지분도 담보로 내놓아야 한다는 입장도 피력하고 있다.

금융 당국 고위관계자는 "당장 동부그룹 계열사에 돈이 없어 부도 나기 직전인데 오너의 개인회사에 지원하겠다면 동의할 수 없다"면서 "동부가 (동부화재 지분 담보 제시 등) 할 수 있는 노력을 하고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동부화재 주가가 오르면서 김 부장의 주식담보가치도 2,700억원어치 상승했기 때문에 여력이 있다는 게 채권단의 생각이다.

채권단은 이 중 898억원어치를 7월까지 담보로 제공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은 "아버지의 경영 잘못을 아들에게 묻는 것은 연좌제로 법적 원칙에 어긋난다"며 "동부화재가 담보를 제공했다가 잘못되면 보험 계약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금융 당국은 "재산을 증여 받아 경영권을 승계한 2세가 책임을 나누라는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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