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당국과 소비자들이 보험료를 신용카드로 납부할 수 있도록 허용하라고 압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보험업계는 이를 수용할 경우 수지가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1일 금융감독 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13일 보험사들에게 “신용카드 가맹점으로 등록돼 있는데도 보험료의 카드 결제를 거부하는 것은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이라며 이를 시정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자동차보험과 여행자보험 등 일부 단기보험 상품에 대해서만 카드결제를 허용하고 있을 뿐 감독당국의 요구를 묵살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종신보험과 건강보험, 저축성보험 등 나머지 보험상품에 대해서는 첫 달만 카드납부를 허용하고 그 이후부터는 자동이체를 받도록 하고 있다.
금감원은 현재 보험사들의 카드 결제 거부 실태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있으며, 해당 보험사에 대해서는 검사를 벌여 제재하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카드 가맹점으로 등록한 보험사가 카드 결제를 거부하는 것은 명백한 위법”이라고 밝혔다.
한편 보험업계는 신용카드로 보험료를 납입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경우 수지가 악화되기 때문에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보험사들은 카드결제를 허용하면 3.0~3.6%에 이르는 수수료를 부담하게 돼 그 만큼 사업비 지출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보험사의 자산운용수익률이 평균 5.7%라는 점을 감안할 때 카드 평균 수수료율(2.34%)을 제하고 나면 실제 수익률이 크게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특히 카드결제를 허용할 경우 수수료 만큼 보험료를 인상할 수 밖에 없어 카드결제를 이용하지 않는 고객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는 논리도 펼치고 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보험료 카드 결제를 허용하더라도 소비자들이 소득공제를 받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결제일만 1개월 정도 늦추는 효과 밖에 없다”면서 “소비자에게도 큰 실익이 없으면서 보험료만 올라갈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보험료 카드결제가 ‘카드 돌려막기’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한다. 보험사의 한 관계자는 “저축성 상품을 해약하면 해약환급금이 93~95%에 달하기 때문에 카드로 보험료를 1,000만원을 내면 950만원 정도를 환급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면서 “돌려막기에 악용되면 보험사는 유지율이 떨어지고 카드사는 연체율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