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재정건전성은 아직 양호하다는 입장이다. 전 세계에서 공공 부문 부채(D3) 통계를 내는 7개 나라 중 우리가 두 번째로 양호하다는 것이다.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 부문 부채비중이 276%로 가장 높고 영국 97%, 호주 72% 등이다. 우리는 69%(내부거래 포함)로 멕시코(44%) 다음으로 양호했다.
국제적으로 널리 쓰이는 일반정부부채(D2·중앙정부, 지방정부, 비영리 공공기관 부채)의 GDP 대비 비중도 우리가 41.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 통계를 발표하는 27개 나라 중 다섯 번째로 낮았다. 일본이 245%로 가장 높았고 미국이 123%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견해는 '별문제가 없다'는 정부의 판단과 다르다. 공공 부문 부채에서 금융공기업 부채와 공무원·군인연금 등 정부가 미래에 지급해야 할 연금충당부채(643조 6,000억원)까지 합한 광의의 공공부채는 무려 1,6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로 복지비용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공공 부문의 GDP 대비 부채비율(60%대)은 지난 1990년대 중반 일본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일본의 부채비율이 150%까지 가는 데 10년 정도 걸렸기 때문에 우리도 현 상황을 낙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재정적자가 커지면 현재 세대에서는 경기부양이 될 수 있어도 부담은 미래세대가 지게 된다"며 "정부가 지금처럼 '재정적자가 OECD 회원국 중 양호한 수준'이라고 섣불리 말하면 정치권으로부터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을 좀 더 쓰라는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물론 공공 부문의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원인은 무엇보다 확정적 재정 운용에서 찾을 수 있다. 경기가 회복돼야 민간지출이 늘어나지만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정부가 경기활성화 차원에서 재정을 공격적으로 풀었다. 그러나 공공부채 증가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경제성장 속도에 비해 두 배 이상 빠르다. 더구나 공공 부문의 개혁에도 불구하고 연금개혁이 지지부진해 미래세대의 빚 부담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재정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백웅기 상명대 교수는 "일반정부 재정에서 적자(관리재정수지)가 상당히 빨리 늘어나는 부분이 우려된다"며 "정부가 재정준칙을 마련해 아예 법으로 공공 부문 부채가 늘어나는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