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中, 성장의 덫에 갇히나] <1> 추락하는 경제 요동치는 민심

극심한 생활고에 소외계층 파업·시위 잇달아<br>경제 침체 가속화로 대규모 기업 파산·실업사태 확산<br>노동자들 사무실 난입 퇴직금 지급 요구 극렬 항의<br>상대적 박탈감 농촌 빈민들 당 본부 습격 폭력 발생도



중국 남부의 새로운 경제성장 엔진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 광시(廣西) 장족자치구의 핵심경제도시인 친저우(欽州)의 항만 인근. 거대한 공단이 조성되고 있는 한편에는 철거를 기다리고 있는 빈민촌이 즐비하다. 최근 ‘중국 개혁ㆍ개방 30년’의 변화상을 취재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던 길에 한 주민에게 “해변으로 어떻게 가냐”고 물었다가 싸늘하다 못해 섬뜩한 표정만 돌려 받았다. 철거민의 얼굴에는 중국경제의 초고속 성장가도 속에서 성장의 열매를 공유하지 못하고 쫓겨나는 이들의 무력감이 잔뜩 배어났다. 중국의 사회 소외계층의 무력감과 좌절에 따른 분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경제의 추락이 가속화하면서 더욱 커지고 있다. 지금 중국 전역에서는 중국경제의 초고속 성장기간 동안에는 잠자고 있었던 도시노동자와 빈민, 택시 운전사 등 소외 계층들의 불만이 한꺼번에 폭발하고 있다. ◇요동치는 중국 민심=지난 1일 중국 광둥(廣東)성 성도인 광저우(廣州)에서는 1만명이 넘는 택시 기사들이 불법영업택시(黑車ㆍ헤이처) 단속 등을 요구하며 대규모 파업을 벌였다. 경제침체로 극심한 생활고에 내몰린 중국의 택시운전사들은 중국 전역을 파업으로 물들이고 있다. 114월27일에는 광둥성 차오저우(潮州)시에서 택시기사 수백명이 시내 택시 수를 줄여줄 것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으며 앞서 21일에도 광둥성의 공업도시 산터우(汕頭)에서 1,000여대의 택시가 ‘헤이처’의 불법영업을 단속하라며 파업을 벌였다. 이밖에도 지난달 3일 충칭(重慶)에서는 택시기사 8,000여명이 고유가와 헤이처 급증 등에 항의해 파업했고 10일에는 하이난(海南)성의 싼야(三亞)와 간쑤(甘肅)성의 란저우(蘭州)에서 택시기사들이 파업을 벌였다. 생계형 시위는 심지어 경찰 내부에까지 퍼져 홍콩 언론에 따르면 후난(湖南)성 레이양(耒陽)에서는 2일 이곳 경찰 100여명이 공산당사 사무실로 경찰차를 몰고가 봉급인상을 요구하며 시위하는 일이 발생했다. 중국 노동자들의 분노도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26일 밤 광둥성 둥관(東莞)시에 위치한 홍콩의 장난감공장에서는 해고된 노동자 수백명이 퇴직금 지급 등을 요구하며 공장사무실에 난입해 창문과 사무실 집기 등을 부수고 출동한 경찰차를 파손하는 과격한 항의시위가 벌어졌다. 이에 앞서 지난달 6일과 7일에는 저장성 사오싱(紹興)시의 한 화학공장에서 해고된 노동자 1,200여명이 도로를 막고 항의시위를 벌였고 이어 27일에는 장쑤성 우장(吳江)시의 한 방직공장 노동자 1,000여명이 체불임금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시내 고속도로를 점거한 채 농성했다. 농촌과 도시 빈민들의 행동도 격해져 중국 서북부 간쑤성 룽난에서는 지난달 18일 시정부의 재개발계획 변경에 불만을 품은 가난한 농민 수천명이 당 본부를 습격하는 대규모 폭력시위가 발생해 차량 수십대가 불타고 경찰과 공무원 60여명 이상이 부상당했고 앞서 8일에는 베이징 시민 100여명이 이주보상비에 불만을 품고 베이징 시내 시창안제(西長安街) 중앙군사위원회 청사 앞에서 가두시위를 벌였다. ◇추락하는 중국경제=중국 민중들의 분노는 중국경제의 급격한 추락과 맞물려 있다. 세계 주요 경제권 중에서 가장 빠른 성장을 해온 중국의 성장둔화는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돼 일부에서는 지난해 12%에 달한 중국의 성장률이 올해 4ㆍ4분기에는 5.5%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은 최근 불어닥친 세계적인 불경기 한파로 이미 광둥성에서만 7,000여개를 비롯해 전국에서 6만5,000여개의 기업이 도산했고 이에 따른 대규모 실업사태로 사회불안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실업률은 9월까지 4.0%를 기록했으나 10월 이후 급상승세로 돌아서 올해 말에는 4.5%까지 치솟고 내년에는 5% 이상으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국민들의 금융위기에 대한 불안감도 매우 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중국 사회조사소가 최근 베이징과 상하이 등 주요 도시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번 금융위기가 중국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느냐는 물음에 응답자들의 60%가 중국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답했다. 중국경제의 추락은 중국 정부에서도 인정하고 있다. 장핑(張平)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은 “세계 경기 침체가 중국경제에 그림자를 드리우면서 일부 주요 경제지표가 11월 이후 뚜렷하게 악화되고 있다”면서 “아직 최악의 상황까지 온 것은 아니며, 특히 수출기업들의 어려움이 커져 일부 기업들은 문을 닫거나 감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4조위안에 달하는 막대한 재정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시중금리를 크게 인하하고 있으나 경제상황이 워낙 나쁘다 보니 그 효과에 대해 의문이 가시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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