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기소된 건설사는 GS건설, 대림산업, 현대산업개발, SK건설, 대우건설, 현대건설, 두산건설, 쌍용건설, 동부건설, 삼환기업, KCC건설, 롯데건설, 한진중공업, 금호산업 등이다.
검찰은 또 한라건설, 코오롱건설, 경남기업, 남광토건, 삼부토건, 삼성중공업 등 6개사를 벌금 3,000만∼5,000만원에, 업체 관계자 7명을 1,000만∼3,000만원에 각각 약식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 건설사는 2009년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최저가 입찰 방식으로 발주한 호남고속철도 노반신설 공사 13개 공구에 입찰을 담합, 미리 정한 예정자가 낙찰을 받고 나머지 회사는 입찰에 들러리를 서준 혐의를 받고 있다.
호남고속철도 건설공사는 길이 184.5㎞의 철도망을 구축하는 공사로 사업비가 8조3,500억원에 달한다. 2006년부터 추진돼 올해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사는 19개(최저가낙찰제 13개+대안·턴키 6개) 공구로 나눠서 발주됐다.
조사결과 소위 ‘빅7’(GS건설·대림산업·현대산업개발·SK건설·대우건설·현대건설·삼성물산) 대형건설사의 관급공사 수주 담당 실무자 7명은 호남고속철 공구 발주 소식을 접하고 서울역 부근 GS건설 역전타워의 레스토랑에서 회합을 가졌다.
이들은 ‘불필요한 출혈경쟁을 줄이고 각 건설사가 골고루 보다 손쉽게 낙찰을 받도록 하자’며 뜻을 모았다.
이들은 국내 건설사 21곳을 선정해 A·B·C 3개 그룹으로 나눈 뒤 각 그룹에 공구를 4∼5개씩 배정하고 추첨을 통해 공구를 분할 배정했다.
추첨에 참여한 21개사 가운데 공구를 배정받은 건설사는 담합 의심을 피하려고 공사 예정금 대비 투찰가격인 낙찰률을 80% 미만으로 써내기로 했다.
그 결과 GS건설 등 사전에 공구를 배정받은 건설사들은 당시 최저가 경쟁입찰의 평균 낙찰률 약 73%를 5%p가량 상회하는 77∼79%대의 낙찰률로 공사를 따낸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추첨에서 떨어진 회사는 높은 가격에 들러리 입찰을 서는 대신 해당 공구에 구성원 사업자(일명 ‘서브사’)로 참여하거나 다음번에 비슷한 건설공사에서 낙찰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애초 추첨에서 떨어졌던 롯데건설의 경우 불만을 나타내며 공구에 정상 투찰을 할 것 같은 태도를 보이자 담합을 주도한 빅7 건설사들로부터 공구를 별도로 한곳 배정받기도 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호남고속철 공사 입찰에서 담합한 28개 건설사를 적발, 지난 7월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4,355억원을 부과한 뒤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이중 최저가낙찰제 13개 공구에 담합한 업체들을 조사해 혐의가 없는 2곳, 가담 정도가 가벼운 5곳을 제외하고 21개사를 추려냈으며, 이 가운데 담합 사실을 자진신고(리니언시)한 삼성물산을 뺀 20개사를 사법처리했다.
또 담합을 최종 승인한 각 회사의 임원을 재판에 넘기는 한편 실무자들은 입건하지 않았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