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일본 대지진] 日정부 불신 급속 확산…美 "반경 80㎞밖 탈출" 권고

위험수준 체르노빌급 예상… 日권고 보다 16배 확대

일본 정부의 원전 사고와 관련한 불신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자국민들에게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반경 80㎞ 바깥으로 탈출할 것을 권고했다. 이는 일본 정부가 원전 반경 20㎞ 이내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린 것과 비교해 16배 이상 넓은 수준. 일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급을 4등급 정도로 평가했지만 미국 에너지장관은 사고 등급 5등급이었던 1979년 팬실베이니아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보다 후쿠시마 상황이 더 나빠 보인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미국 정부가 원전 사고에 대한 일본 측의 발표 내용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낸 셈이다. 17일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미 정부는 이날 새벽 주일 미국 대사관을 통해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선 누출 우려와 관련, 원전 반경 80㎞ 이내에 거주하는 미국인들에게 대피를 권고했다. 제이 카니 미 백악관 대변인은 일본 정부의 입장을 고려한 듯 "미국에서 같은 사태가 벌어진다면 동일한 수준의 권고가 내려졌을 것"이라며 "일본이 방사선 누출 문제를 축소하려 한다고 의혹을 제기할 뜻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스티븐 추 미 에너지 장관은 "후쿠시마 원전 상황이 부분적인 노심융해가 일어났던 스리마일섬 사고 때보다 더욱 심각해 보인다"고 우려했다. 스리마일섬 사고 당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위원장이었던 빅터 길린스키도 "후쿠시마 원전의 실제 방사선 누출 정도는 체르노빌 범주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미 핵군축 연구기관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는 웹사이트를 통해 일본 원전 사고를 "더 이상 4등급으로 볼 수 없다"며 "6등급에 가까워지고 있고 운이 나쁘면 7등급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지난 1986년 구소련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국제원자력사고등급(INES)상 최고 등급인 7등급, 1979년 미국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는 5등급이었다. 이처럼 미국이 일본 정부보다 현 상황을 더욱 심각하게 보고 있는 데는 일본 정부가 원전 사고에 대해 늑장 대응을 하고 말 바꾸기를 일삼으면서 더 이상 일본 측의 발표를 전적으로 신뢰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도쿄전력은 11일 대지진ㆍ쓰나미 발생 이후 원전에 큰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안이하게 대응을 하면서 사고를 키웠고 심지어 사고를 축소ㆍ은폐하려 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일본 정부 역시 원전 상황에 대해 수차례 번복 발표해 불신을 자초했다. 에다노 유키오 일 관방장관은 지난 11일 저녁 발표 당시 "방사성 물질 유출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발표했지만 이후 상황이 악화될 때마다 발표 내용을 번복하고 있다. 존 루스 주일 미국 대사는 "예측 불허 상황인 후쿠시마 원전의 긴급사태에 대해 많은 미국 시민들이 걱정과 의문을 품고 있다"며 일 정부가 제공하는 정보의 미흡함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다. 또 루스 대사는 "미국 전문가들이 가능한 많은 정보를 입수하고 정확한 상황 파악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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