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파격적인 인사개혁을 단행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이번에는 입찰제도 개혁에 나섰다. 심사위원을 선정할 때 입찰업체가 입회할 수 있으며 비공개로 진행되던 심사과정도 CCTV로 생중계해 모든 입찰참여 업체들이 볼 수 있도록 했다. 또 심사일에는 감사실 직원과 간부사원으로 구성된 특별참관단도 운영할 방침이다. LH의 이 같은 입찰제도 개혁은 입찰 때 만연해온 부조리와 잡음을 뿌리 뽑기 위한 것으로 민간 건설사에서 입찰폐해를 직접 겪어본 이지송 사장의 의지가 담긴 조치다. LH는 기술력 중심의 공정한 입찰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이 같은 내용의 ' LH클린 심사제도'를 마련, 시행한다고 11일 밝혔다. 이 제도는 이달 초 보금자리주택 2차 시범지구 설계용역과 아산 배방, 인천 청라 U시티 구축사업 심사부터 적용됐다. LH는 앞으로 이 제도를 모든 턴키공사 심사에 적용할 계획이다. 이번 제도 도입으로 입찰 심사위원 선정은 3단계 검증절차를 거친다. 우선 심사부서(1단계)에서 1차 선정한 위원들을 대상으로 인사ㆍ감사부서(2단계)가 전문성과 청렴도를 검증해 심사위원 풀을 구성한다. 이후 입찰참가 업체(3단계)가 입회한 가운데 최종 심사위원 선정한다. 입찰참여 업체도 심사위원을 검증할 수 있도록 하려는 조치다. 이렇게 선정된 심사위원은 심사 3~7일 전에 LH 홈페이지 및 일간신문 공고를 통해 공개된다. 아울러 심사위원 선정방법, 심사진행 절차, 심사방법 등도 공개된다. 이렇게 될 경우 심사위원의 특정업체 '밀어주기'가 힘들어지고 입찰업체들 간 철저한 기술경쟁이 가능해진다는 것이 LH 측 설명이다. 심사 당일에는 심사위원 간 담합 등 부정행위를 예방할 수 있도록 '특별참관단'이 입회하고 비공개로 진행되던 심사 전과정이 CCTV로 생중계된다. 입찰참여 업체 모두가 심사과정을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와 함께 LH는 심사위원들에 대한 청렴교육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달 초 실시된 보금자리주택 2차 지구 건축설계 심사 때에는 이 사장이 직접 심사위원들을 교육시킬 정도로 새로운 심사제도에 공을 들이고 있다. LH의 한 관계자는 "이 사장이 민간건설사 출신이기 때문에 공공건설 입찰과정에서의 부조리를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다"며 "올해 LH 건설물량만도 14만채에 달하는 것을 고려하면 새로운 입찰심사 제도가 공공건설 입찰시장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LH는 지난 9일 기획재정부가 주최한 '공공기관 선진화 우수사례 워크숍'에서 올해 초 실시한 인사개혁 등으로 우수 사례에 꼽힐 정도로 공기업 선진화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LH는 연초 이중삼중의 검증을 통해 무능력자ㆍ비리자ㆍ외부청탁자를 인사 대상에서 배제하고 본사 인원의 25%를 지역본부 등에 배치하는 등 현장 중심의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특히 26개 부서장과 139개 팀장 자리에 능력 있는 하위직급자를 발탁ㆍ기용하는 파격인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