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조선의 막사발은 임진왜란 무렵 서민들의 밥그릇이나 국그릇으로 쓰였던 싸구려 물건이었다. 일본의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조선의 막사발을 ‘환상의 도자기’라 극찬하면서 이것으로 다도를 즐겼다. 다이묘(영주)들은 막사발을 만들고자 조선의 도공을 다투어 붙잡아갔으며 그곳에서 도공들은 극진한 대우를 받았다.
한 예로 400여년 전 남원에서 끌려간 한 도공은 10여대를 이어오면서 ‘심수관’이라는 이름을 자랑스럽게 사용하고 있는 것을 몇 년 전 TV에서 본 적이 있다. 17세기에 조선 도공과 그 후예들이 만든 일본자기는 세계 도자기의 디자인을 선도할 정도였다고 한다.
이는 전문가로서의 도공과 예술작품으로서의 자기를 인정하고 아끼는 국민(소비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지난 60년대 이후 주력 수출산업으로서 IMF체제에서도 한국경제를 떠받치는 버팀목 역할을 한 섬유산업에 대해 현재 많은 국민들이 그렇게 밝은 이미지를 갖고 있지 않는 것 같다.
현재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는 반도체ㆍ자동차ㆍ조선 등의 산업도 섬유산업에서 벌어들인 종자돈으로 육성한 산업이다. 그렇다고 섬유산업의 노고를 공치사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섬유ㆍ패션산업의 발전상과 미래 산업으로서의 가치를 우리 국민들이 올바르게 보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앞으로 삶의 질은 웰빙을 넘어서 로하스(LOHASㆍLife of Health and Sustainability) 개념으로 발전하고 있다.
섬유의 경우 ITㆍ전자ㆍ바이오ㆍ나노 등 첨단기술과의 접목을 통해 계속해서 혁신을 이뤄내고 있다. 입는 것만으로 MP3ㆍ컴퓨터 등을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 섬유를 비롯해 꿈의 섬유라 불리는 나노 섬유, 강철보다 5배 강한 섬유, 머리카락 굵기의 5000분의1에 해당하는 초극세 섬유 등을 통해 우리 일상생활에서 밀접한 생활용품 소재로부터 스포츠ㆍ레저, 토목ㆍ건축, 정보통신, 환경, 산업용 소재 및 생명공학, 우주ㆍ항공 분야 등 첨단기술 분야로 계속 진화하며 발전하고 있다.
세계 10대 섬유수출국 중 선진국인 이탈리아ㆍ프랑스는 패션산업으로 독일ㆍ미국ㆍ일본 등은 산업용 섬유 등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아울러 그 나라 국민들도 섬유산업을 미래 첨단산업으로 패션을 문화를 파는 산업으로 인식하고 국민적 성원을 보내고 있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섬유ㆍ패션산업을 미래의 핵심전략 산업으로 후손에게 물려주려면 우리 국민들의 섬유에 대한 사랑과 애정이 절실한 시점이며 또한 이러한 국민적인 사랑을 가꾸기 위해 섬유인 모두가 나서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