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심층진단] 개점D-3 장외거래시장(ECN)

가격변동 없어 절름발이 시장 우려 >>관련기사 야간에도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장외거래시장(ECNㆍElectronic Communication Network)이 오는 27일부터 문을 열지만 개점 휴업상태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정규시장폐장 후 오후4시30분부터 밤9시까지 평일에만 열리는 ECN시장에는 가격변동 기능이 없다. 정규시장 종가만을 가지고 주식을 사고 팔기 때문에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잡아 줄 가격조절기능을 발휘할 수 없고 결국 절름발이 시장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 국내실정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ECN시장은 나스닥시장의 보완시장으로 출발했으나 27일 문을 여는 ECN시장은 정규시장과 구별되는 특징을 찾기가 힘들어 투자자들에게 외면당할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다. 반면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주식투자의 기회를 제공하고 외국인투자가들에게 국내투자기회를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ECN시장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이제 불과 사흘 앞으로 다가온 ECN시장의 개장을 앞두고 국내 ECN시장이 안고 있는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짚어 본다. 국내 ECN시장은 미국의 ECN시장을 벤치마킹해 만들어졌다. 재정경제부가 내놓은 ECN시장의 설립취지는 이미 선진 금융시장에서 일반화된 시간외시장을 도입해 투자자들에게 주식매매기회를 폭넓게 제공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마련한 거래소ㆍ코스닥시장에서 거래되는 종목을 매매할 수 있는 전자장외거래시스템을 증권업의 형태로 허용하는 법안이 지난 3월 정기국회에서 통과되며 ECN시장 설립에는 가속도가 붙었다. 설립 주체는 민간. 삼성ㆍLG투자ㆍ대우ㆍ굿모닝ㆍ동원증권 등 32개 증권사가 총256억원을 출자해 만든 한국ECN증권이 지난 3일 금융감독원의 증권업 예비인가를 받고 오는 27일부터 ECN시장을 통한 야간 주식거래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국내 주식시장의 매매체결시스템은 미국과 달라 국내ECN시장이 미국처럼 활성화될지는 미지수로 남는다. ◇ 미국ECN은 나스닥 보완시장 미국에서 처음 시작된 ECN시장은 현재 미국에서만 9개 시장이 운용되고 있다. 나스닥시장 거래대금의 38%가 ECN시장을 통해 거래되고 있을 만큼 영향력있는 시장으로 자리잡았다. 미국의 ECN시장이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우리와 달리 복수거래시장체제가 법적으로 보장돼 있으며 ECN시장이 나스닥시장의 가격 결정방식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스닥시장은 종목마다 마켓메이커로 불리는 가격결정자가 있어 마켓메이커들이 어떤 종목에 대한 가격을 제시하면 투자자들은 가장 좋은 가격을 제시한 마켓메이커와 거래를 한다. 그런데 지난 94년 마켓메이커들간 가격담합의혹이 제기되면서 마켓메이커들에 대한 불신이 커져 완전경쟁매매방식의 ECN시장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이처럼 미국의 ECN시장은 나스닥시장의 보완시장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ECN시장은 야간개장 외의 특별한 메리트를 찾을 수가 없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 한국ECN은 색깔이 없다 미국ECN시장은 마켓메이커를 통하지 않고 직접주문이 가능해 익명성이 보장되고 직접 주문에 따라 수수료가 저렴하고 완전경쟁 매매방식으로 가격을 결정해 주가의 투명성을 보장한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러나 현재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은 투자자의 익명성을 보장하고 완전경쟁매매로 가격이 결정되고 있으며 홈트레이딩 수수료 역시 증권사간 인하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투자자들은 가장 싼 수수료를 받는 증권사를 선택할 수 있다. 미국ECN시장은 정규시장보다 돋보이는 점이 많지만 국내ECN은 그렇지 못하다는 얘기다.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만한 이렇다 할 특장점이 없다는 점은 ECN시장 형성에 최대 장애물이 될 전망이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자본주의 역사가 오래된 미국이 정규시장의 미비점을 ECN시장을 통해 보완하고 있는 반면 우리 나라는 증권거래소를 통해 해외증시의 미비점이 모두 보완된 상태의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며 "미국에서 활성화된 ECN시장을 도입하기보다 우리나라 증권시장의 장점을 살리는 방향을 모색할만한 여지는 없었는가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 개선방안은 없는가 증권업계에서는 ECN시장이 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선 가격변동기능이 제도적으로 보장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단일거래소체제하에서 ECN에 대한 가격변동기능을 부여하는 것은 새로운 거래소시장을 허용하는 것으로 현행 법규로는 해결하기 어렵다"며 "일단 시간을 두고 ECN시장을 운영하면서 보완책을 연구하겠다"고 말했다. 따라서 당장은 국내 ECN시장이 활성화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말 국제증권거래소연맹(FIBV)자료를 보면 세계에서 가장 ECN시장 규모가 큰 미국의 경우 나스닥시장의 시간외 거래량은 나스닥시장 정규개장시간 거래량의 3% 수준에 불과하다. 가격변동기능이 있고 나스닥시장에 비해 여러 장점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 ECN시장도 야간에는 거래량이 정규거래시간에 비해 많지 않다. 국내ECN시장이 개장과 동시에 유동성 부족으로 투자자들의 관심밖의 시장으로 버림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된다. 이정범 한국ECN증권 사장은 "국내ECN시장의 발전을 위해선 정규시장과 같은 가격변동기능을 부여하는 제도적 장치마련이 시급하다"며 "가격변동능력이 있어야만 기관투자자나 외국인들만을 위해 특화된 서비스를 시행하는 다양한 ECN전문 회사들이 등장해 서울 주식시장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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