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는 돈이다`
기업들이 정보화의 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돈` 때문이다. 기업규모에 따라 적게는 몇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정보화 투자로 과연 어느 정도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보다 앞서 정보화 투자에 나섰던 여러 기업들은 정보화를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경영 효율성은 물론 원가절감 등 직접적인 효과까지 증명해 보이고 있다.
정보통신부와 기업정보화센터가 최근 발표한 국내 대표적인 기업 정보화 사례를 소개한다.
◇107억원 투자로 227억원 벌어들인 INI스틸= 철강업체인 INI스틸은 지난 1996년부터 통합생산관리(CIMㆍComputer Integrated Manufacturing) 구축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지속적인 정보화 프로젝트를 수행해오고 있다.
INI는 CIM을 통해 수주에서부터 생산ㆍ구매ㆍ출하에 이르는 전 과정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해졌다. 또 경영진들은 경영자정보시스템(EIS)을 통해 사무실뿐 아니라 집이나 출장지에서 인터넷으로 회사에 관한 실시간 경영정보를 검색하고 지시를 내릴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거래 기업들도 물류관리시스템(TMSㆍTransportation Management System)으로 주문한 물건이 어느 경로를 통해 어떤 차량으로 납품되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INI측이 1단계 CIM을 도입하는데 들어간 비용은 83여억원. 회사측은 이를 통해 174억원의 원가절감 효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2000년 강원산업을 흡수합병하면서 24여억원을 들여 기존 인천공장과 강원산업 포항공장의 업무프로세스 및 전산시스템을 통합하는 2단계 CIM을 통해 53여억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뒀다. 기업 정보화에 총 107억원을 투자해 227억원의 이익을 남긴 셈이다.
◇정보화로 사양산업의 한계를 극복한 태광실업=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에 주문자생산방식(OEM)으로 신발을 납품하는 태광실업은 나이키의 세계생산량 20%를 담당하면서 `신발산업은 사양산업`이란 인식을 무색케 하는 기업이다.
90년대 들어 신발산업이 석탄산업과 함께 산업합리화 분야로 지정되면서 태광실업은 생산기지 해외이전과 함께 정보화로 돌파구 모색에 나섰다.
이 회사는 1999년 시스템통합(SI)업체에 기업전반에 대한 진단을 실시한 후 2000년초 정보화 대장정에 나섰다. 본사에 전사적자원관리(ERP)와 제품데이터관리(PDM) 등 각종 정보화 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해외 생산기지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정보화 시스템을 구축한 것.
특히 e트레이딩시스템인 GTS(Global Trading System)는 이 회사 정보화의 백미. GTS 구축으로 회사측은 무역의 전과정을 정보화함으로써 무역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인터넷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이 회사가 정보화 시스템을 구축한 이후 가장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납기이행률. 시스템을 구축하기 전에는 47~50%선에 그쳤던 해외 생산기지의 납기이행률이 90% 이상으로 높아졌다는 것. 팔리지 않고 쌓이는 재고량도 시스템 구축전 10만~15만켤레에서 3만여켤레로 줄어들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회사특성 살린 정보화로 성공한 이건산업= 목재가공업체인 이건산업은 1996년부터 자체 개발한 경영정보시스템(MIS)을 통해 사내정보의 효율적 관리와 업무생산성 향상을 이뤄낸 케이스.
MIS는 경영자 정보를 비롯, 회계ㆍ재무정보, 영업정보, 생산정보, 구매정보 등 총 5개 메뉴에 100개가 넘는 항목별 정보를 제공한다.
이건창호측은 MIS 도입의 가장 큰 효과로 원가에 대한 직원들의 마인드 확산을 꼽았다. 특히 MIS를 도입한 결과, 마감일을 5일 단축시켜 연간 3억6,000만원의 비용을 절감시켰다.
이건산업은 지난해말부터 전자결제 등 웹 기반 그룹웨어를 도입했다. 회사 직원들은 해외 출장때도 노트북만 있으면 어디서는 회사 업무현황 파악이 가능해 진 것.
이 회사의 정보화가 눈길을 끄는 점은 아무런 검토도 없이 무작정 다른 기업들을 흉내내지 않았다는 점이다. 최근 도입이 잇따르고 있는 ERP 도입을 굳이 서두르지 않고 있다. 관련업계에 ERP 도입사례가 거의 없어 벤치마킹이 어렵다는 점 때문이다. 대신 이건산업측은 기존 전산인력과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효율적인 정보전략계획을 수립ㆍ실행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정두환기자 dhchu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