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관점에서 21세기 지식정보사회로의 전환에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할 정부의 새로운 행정모델 및 체계 또한 새롭게 재조명해볼 필요가 있다.지금까지 현대 행정을 주도해왔다고 할 수 있는 관료주의는 기술혁신 및 정보혁명과 같은 역동적인 변동상황에 대해 신속히 대처하고 적응하는 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으며 경직된 계층조직은 급격한 환경변화와 조직활동의 다양성·복잡성의 증대, 그리고 전문지식의 수요증가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조직체계로 대치될 필요가 절실히 요구된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 지식정보사회를 선도해나갈 새로운 정부의 패러다임으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 바로 「지식정부」라는 개념이다. 지식정부란 국가사회 시스템의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고객으로서의 국민에 대해 공공서비스를 보다 효율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새로운 방식으로 지식을 창출하고 이를 확산, 활용할 수 있는 정부를 말한다. 여기서 지식정부는 정부의 문제해결능력과 제도구축, 운용, 그리고 당면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략을 의미한다. 이러한 지식정부는 그간의 행정개혁과정에서 부분적으로 논의돼왔던 학습정부, 기업가적 정부, 전자정부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학습정부란 정책평가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식이나 R&D, 제안제도 등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새로운 지식과 통찰력을 정책에 효과적으로 반영하면서 잘못된 지식은 과감히 폐기하는 정부행태를 말한다. 기업가적 정부는 기업가의 혁신적 마인드를 바탕으로 현상유지와 복지부동, 그리고 독점적 지대추구 습성을 배제하면서 비용과 편익을 의사결정과정에 철저히 반영하고 소비자 위주의 효율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혁신적 아이디어를 지속적으로 개발, 이를 실행에 옮기는 정부를 말한다. 한편 전자정부는 정보기술을 활용해 모든 행정절차를 전자화함으로써 행정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정부의 각종 정보 및 서비스를 누구나, 언제나, 어디서나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보화된 행정모델을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지식정부로의 전환은 모델제시나 구호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으며 지식정부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먼저 조직 내부에서 지식이 제대로 창출될 수 있도록 인센티브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지식과 정보는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혁신을 가져오려면 위험이 수반된다. 책임과 복종을 엄격하게 강요하는 관료제 계층구조하에서 그에 상응하는 보상체계 없이 지식창출에 따른 노력과 희생을 감수할 조직원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창출된 지식이 축적, 활용되기 위해서는 학습이 일어날 수 있는 조직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IMF 경제위기나 한·일어업협정에서의 미진함은 부분적으로 정부의 학습실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책결정과정에서 지식이 활용되지 않는 것은 정부 내의 학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이러한 내·외부적인 조건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정보인프라를 구축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의 정부가 지식정부로 다시 태어나려면 정부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이를 법적·제도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정치권의 동의, 지지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볼 때 정치권도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지식정치로 전환돼야 한다고 본다. 정부부처가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처리해야 할 각종 법률안이 의회의 검토와 조정과 결단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정치도 지식정부, 나아가서 지식국가를 건설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저명한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가 그의 저서 「권력이동」에서 갈파한 다음과 같은 구절은 정치권이 많은 것을 학습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큰 교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민주체제이건 아니건 모든 체제에서 사람들이 부를 창출하는 방법과 스스로를 통치하는 방법 사이에는 어느 정도 조화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정치체계와 경제체계가 크게 다르다면 언젠가는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파괴할 것이다.』
산업연구원장 이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