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희한한 관광도 다 있다. '하수구 관광'이라는 것인데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비엔나와 파리, 영국 등지의 하수구관광이 큰 인기라고 보도했다.
하수구관광의 효시는 파리의 하수구 박물관으로 연 방문객이 10만명을 넘는다. 1867년에 만든 파리의 하수구 관광은 하수구에서 건져낸 틀니와 검과 도난당한 핸드백 등 온갖 잡동사니들을 전시하고 있다. 영국 브라이턴의 하수구는 빅토리아 시대인 1870년에 건설됐는데 지난 2007년 지역 상공회의소는 다른 명소를 제치고 이 하수구를 '최고의 방문지'로 뽑았다. 브뤼셀 하수구 미술관은 지난 2007년 개조, 방문객은 안내원 없이 혼자서도 향기(?) 나는 하수구를 산책할 수 있다.
하수구 관광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지난 2007년 관광코스를 개발한 비엔나의 '제3의 사나이' 관광이다. 이 관광의 이름은 오손 웰스가 주연한 영화의 긴 클라이맥스가 이 하수구 안에서 일어난 데서 따왔다.
작가 그레엄 그린이 각본을 쓰고 캐롤 리드가 감독한 1949년작 '제3의 사나이'(The Third Man)는 완벽한 느와르 영화다. 비엔나 하수구 안에서 수수께끼 같은 주인공 해리 라임의 드라마틱한 도주와 추격, 뚜렷한 명암과 커다란 그림자가 위협적인 흑백촬영, 시종일관 집요하게 몰아대는 음악 등이 조화를 이루며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작품이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지하 미로 같은 하수구 안에서 벌어지는 연합군 경찰과 해리 간의 쫓고 쫓기는 긴박한 추격전. 첨벙첨벙 물속을 뛰어가는 발자국 소리와 땀 흘리듯 물이 흘러내리는 하수구 벽을 급작스럽게 비추는 조명, 무거운 코트를 입은 채 도주하는 해리의 불안한 눈동자와 안면근육, 맨홀 덮개를 필사적으로 들어올리려는 해리의 손가락 등 경탄을 금치 못할 시각적 시퀀스로 로버트 크래스키가 오스카 촬영상을 받았다.
'제3의 사나이' 관광은 영화를 찍은 하수구 내에서의 추격장면을 몇 분 보여준 뒤 시작된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