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패를 벌인 것이 패인

제11보(164~199)


백으로서는 아직 형태가 온전치 못한 좌하귀의 흑을 최대한으로 핍박하고 싶은 장면이다. 만약 흑이 가에 두어 넘어가 버린다면 그 자체로도 끝내기가 무척 크고 좌우의 흑대마를 백이 더 이상 위협할 수가 없게 된다. 그래서 백64로 젖힌 것이었는데…. “그곳은 생각보다 큰 곳이 아니었다. 좌하귀의 흑대마는 패라는 비상수단이 남아있어서 쉽게 잡힐 돌들이 아니었다. 백64는 솔직히 말하자면 의외의 수순이었고 흑의 희망이 그 순간 훨씬 커졌다.”(장쉬) “백은 우변을 어떤 식으로든 하나 보강하는 게 좋았을 거야.”(하네) “맞아요. 백이 나로 실속을 취했더라면 승패불명이었을 겁니다.”(장쉬) 내친걸음이므로 야마시타는 66으로 재차 쳐들어갔고 흑67로 엄청나게 큰 패가 벌어졌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백은 팻감부족으로 스스로 무너지고 만다. 흑69가 백대마 전체를 위협하는 안성맞춤의 팻감이었고 75와 81 역시 득의의 팻감이 되었다. 흑93으로 따내서는 흑승이 확정되었다. 수순 가운데 백84로는 참고도의 백1, 3으로 처리하는 것이 이득이지만 지금은 흑2를 허용하는 중간 중원 일대의 백대마가 전멸하게 되므로 그렇게 둘 도리가 없다. 또한 백92로 따내지 않고 좌하귀의 패를 계속하는 것은 흑이 다에 따낼 때 백라로 살아야 하므로 너무도 억울하며 흑이 다에 따낸 상태에서는 우변에 마로 치중하는 수가 즐거운 팻감이 되므로 백이 견디지 못한다. “야마시타의 패인은 장패를 상대로 감히 패를 벌인 거였어.”(하네) 장패는 패를 능기로 한다고 해서 장쉬에게 붙은 별명이다.(68,74,80,86…65의 아래. 71,77,83,89…65) 199수 이하 줄임 흑불계승.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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