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금융쓰나미와 '新BIS협약'

김대원 <기업은행 부행장>

지난해 12월26일 동남아시아를 강타한 쓰나미는 엄청난 인적ㆍ물적 피해를 남겼다. 쓰나미로 인한 피해 사례는 예상하지 못한 위험에 대해 준비 없는 상황이 초래하는 결과가 얼마나 참혹한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최근에는 예기치 못한 강력한 충격을 일으키는 새로운 제도나 사건을 ‘쓰나미’라고 부르기도 한다. ‘신국제결제은행(BIS)협약’은 금융산업 전반과 국가 경제에 걸쳐 철저한 사전 대비를 하지 않으면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 쓰나미’라 할 수 있다. 미국ㆍ일본과 유럽의 선진국가들은 바젤협약에 의해 오는 2006년 말부터 시행되고 우리나라도 감독기관의 계획에 따라 2007년 말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신BIS협약의 정식명칭은 ‘자본측정 및 자본기준의 통일에 관한 국제기준’이다. 이 협약은 ‘BIS 자기자본 비율 8% 이상’이라는 지난 88년의 기준을 새롭게 개정한 것으로 은행 경영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신용ㆍ시장ㆍ운영 리스크를 포함해 모든 손실위험을 보다 정확하게 측정하고 이에 상응하는 자기자본 유지를 요구하는 국제협약이다. 신BIS협약에 의한 은행의 자기자본 규제는 금융산업은 물론 중소기업ㆍ가계 등의 경제주체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친다. 은행은 운용자산의 리스크에 따라 자기자본을 규제받게 돼 기업과 개인의 리스크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자체 신용평가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정교한 신용평가 시스템은 담보 중심에서 신용도 중심으로 대출심사 방법의 혁신을 가져올 것이다. 즉 신용도가 좋은 기업과 개인은 금리와 대출 한도에서 혜택을 받게 되고 반대의 경우에는 보다 많은 이자를 부담하게 되는 등 신용도에 기초한 합리적 차별이 이뤄질 것이다. 신BIS협약 시행으로 국가경제의 뿌리에 해당하는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에 대한 대출이 위축될 것이라는 일부의 우려도 있다. 그러나 신BIS협약상에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가 있고 성장 가능성을 반영한 발전된 신용평가 시스템의 개발로 인해 중소기업 대출이 위축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BIS협약은 부정적인 우려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금융산업과 국가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개선된 신용평가 시스템은 은행의 안정성을 높이고 감독 당국과 시장에 의한 리스크 감시기능은 투자자 및 이해관계자에게 보다 정확한 리스크 정보를 전달해 은행 경영의 투명성을 제고시킬 것이다. 그 결과 한국의 금융 시스템은 국제 수준의 건전성과 대외 신인도를 확보, 외환위기 때처럼 금융 시스템의 붕괴와 공적자금 투입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올들어 국내 은행은 외국계 은행의 가세로 저마다 ‘금융 전쟁’을 선포했다. 열악한 환경에서 많은 인력과 비용이 수반되는 신BIS협약 준비는 은행에 큰 도전과 난관임이 틀림없다. 당장에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시스템 준비에 장기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지난해부터 감독기관과 은행들이 ‘금융 쓰나미’에 대비하기 위해 사전에 대응 방안을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제도개선과 필요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각 국의 경제가 빠른 속도로 세계화ㆍ표준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 규제에 대한 표준으로서 신BIS협약은 더 이상 선택 사항이 아니다. 대외 의존도가 심한 우리 경제는 ‘금융 쓰나미’의 가시적 영향권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제 국가ㆍ은행ㆍ기업 모두는 수면하의 잔잔한 파장이 그 이후에 발생시킬 큰 충격을 인식하고 준비해야 한다. 신BIS협약이 거대한 도전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신BIS협약 시행을 금융 선진화의 전기로 삼아 체계적으로 대응하고 선진 금융기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은행의 안정성과 대외 신인도 제고로 한국 경제를 한단계 도약시키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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