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종욱(63) 대우건설 사장은 '외유내강(外柔內剛)'형이다. 부드러운 인상의 영국 신사지만 속은 굳고 거센 뚝심을 지녔다. 지난 1977년 대우건설에 입사한 그는 30년 만인 2007년 대표이사 자리에 올라 후배들의 부러움을 샀다. 하지만 서 사장에게 놓여 있는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10년 넘게 주인 없는 회사였던 대우건설은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인수됐다가 다시 분리돼 산업은행으로 넘어가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 와중에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4위까지 내려갔다. '건설명가'로서 체면은 구겨질 대로 구겨졌고 서 사장으로서도 자존심이 크게 상했다.
첫 3년 임기를 마치고 지난해 초 연임에 성공한 서 사장은 경영 정상화와 재도약을 위해 신발끈을 조였다.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위해 국내는 물론 해외 현장을 수시로 찾았다. "1년 중 한 달가량은 비행기에서 보내는 것 같다"고 말할 정도다. 사기가 떨어진 직원들을 다독이며 공격적인 경영을 펼친 결과 지난해 글로벌 재정위기와 건설 시장 침체 속에서도 눈부신 실적을 올렸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2만가구가 넘는 주택을 공급했다. 당초 목표치의 두 배를 넘은 실적이다. 10대 건설사 중 1만가구 이상의 주택을 공급한 곳은 대우건설이 유일하다. 수익형 부동산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오피스텔을 공격적으로 분양한 것이 주효했다. 주택사업 담당 임원과 국내영업본부장을 지낸 서 사장의 역발상 경영과 과감한 의사결정이 어우러진 결과다.
공공공사에서도 경북 도청 및 의회청사 신축공사, 현대그린파워 제철화력 5~8호기 건설공사 등 1조5,000억원가량을 수주했다.
해외 건설 수주도 당초 목표치를 초과 달성했다. 12억6,000만달러 규모의 오만 수르 복합화력발전소를 비롯해 아랍에미리트(UAE) 슈웨이핫3 발전소(6억5,000만달러),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살만 베이 주택공사(3억3,000만달러), 알제리 젠젠 컨테이너 터미널(2억5,000만달러) 등 굵직굵직한 대형 공사를 잇따라 수주하는 데 성공, 50억달러를 상회하는 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매출 목표인 7조2,000억원을 달성하면서 건설종가 재건의 기반을 마련했지만 서 사장은 여전히 배고프다. 대우건설은 올해 매출 목표를 7조5,000억원으로 잡았다. 이 중 40%를 해외에서 올린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4조원의 수주를 목표로 했던 대우건설은 올해 국내 8조원, 해외 7조원 등 15조원의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해외 플랜트 시장을 적극 공략하기 위해 관련 부서를 대폭 강화하는 등 건설명가를 넘어 글로벌 톱 건설사로의 도약을 이끄는 서 사장의 행보에 건설업계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