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현대중공업그룹 보유주 투자 조심"

재무구조 개선위해 지분 대거 매도

"현대차 주식 처분도 시간문제"


자금난에 시달리는 현대중공업(009540)그룹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보유 중인 상장사 지분을 대거 쏟아내면서 증시에는 관련 종목에 대한 주의보가 발령됐다. 전문가들은 현대중공업이 보유한 상장사 지분의 추가 매도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해당 종목에 대한 투자 주의를 당부했다.

2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KCC(002380)는 전일 대비 6.07%(3만3,000원) 내린 51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KCC의 주가를 끌어내린 것은 현대삼호중공업의 지분 매각 소식이었다.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의 현대삼호중공업은 전날 장 마감 후 보유 중이던 KCC 주식 80만3,000주(지분율 7.63%)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로 처분했다고 밝혔다. 주당 처분가격은 전날 종가(54만4,000원)에서 4.96% 할인된 51만7,000원이다. 이로써 KCC 지분 전량을 팔아치운 현대삼호중공업은 4,151억5,100만원의 현금을 손에 쥐었다.

채상욱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그룹이 대규모 적자를 내면서 현금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KCC 지분 매각을 결정했다"며 "현대삼호중공업의 지분 매각 여파로 KCC 주가도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KCC의 목표주가를 기존 80만원에서 73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010620)도 재무 건전성 제고 차원에서 19일 개장 전 블록딜 방식으로 보유하고 있던 포스코 주식 87만2,000주(1%)를 전량 처분해 2,864억5,200만원의 자금을 마련했다. 현대미포조선의 지분 매각 여파로 포스코 주가 역시 전날(-2.77% )에 이어 이틀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조강운 신영증권 연구원은 "현대미포조선의 보유지분 처분 소식이 투자심리에 부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관련기사



현대중공업그룹이 이틀에 걸쳐 숨 가쁘게 7,000억원이 넘는 주식을 팔아치운 것은 대규모 적자로 악화된 재무구조 개선작업이 시급했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중공업은 조선업황의 침체로 올해 들어 3·4분기까지 무려 3조2,000억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를 기록 중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현대중공업을 포함한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가 보유한 상장사 지분의 추가 매각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증권가 일각에서는 당장 현금 확보가 절실한 현대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차(005380) 주식 처분도 시간 문제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3·4분기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현대차 440만주를 비롯해 기아차(000270) 8만8,000주, 현대상선(011200) 2,300여만주, 현대엘리베이(017800)터 21만7,000주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이날 현대차는 2.62% 하락한 16만7,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전날(-3.38%)에 이어 이틀 연속 하락했다. 채희근 현대증권 연구원은 "최근 현대차의 주가 하락은 정몽구 회장의 피소나 엔저 영향보다는 현대중공업이 보유한 지분 매도에 대한 우려가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며 "예단하기는 힘들지만 현대중공업그룹이 KCC 지분을 서둘러 내다 판 점을 감안하면 현대차 지분 매각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 현대중공업이 지분 4.7%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한전기술(052690)도 이틀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매도물량이 해당 기업의 전체 지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더라도 요즘처럼 거래량이 많지 않고 별다른 호재도 없는 상황에서는 분명 주가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다만 현대차그룹과 우호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현대중공업으로서는 현대·기아차 지분의 대량 매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편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추가 지분 매각 가능성에 대해 "현재로서는 현대차를 비롯해 현대중공업이 보유한 상장사 주식에 대한 추가 매각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