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새누리당이 파생상품 거래세 도입안에 합의하자 금융투자업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관련업계는 그렇지 않아도 유럽발 재정위기로 국내 증시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거래세까지 부과할 경우 투자자 이탈 가속화와 업계의 수익악화를 초래해 시장 기반까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31일 정치권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새누리당은 올 총선 당시 공약으로 내걸었던 파생상품 거래세를 법안으로 발의하기로 합의했다. 파생상품 거래세 도입에 대해서는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최근 "직을 걸고 반대하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현재 0.3%의 거래세가 붙는 일반주식과 달리 파생상품은 따로 떼는 세금이 없지만 새누리당의 법안이 최종 입법될 경우 선물과 옵션 투자자는 각각 0.001%, 0.01%의 거래세를 내야 한다.
업계에서는 당장 거래위축에 따른 시장 침체를 우려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선물옵션 예탁금 1,500만원 부과에 이어 옵션 승수를 1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올리면서 옵션 거래대금 규모도 지난해 8월 대비 50% 이상 쪼그라들었다"며 "이미 여러 차례 파생상품 규제로 관련 규모가 줄어든 상황에서 거래세까지 매길 경우 시장이 오히려 뒷걸음질치는 결과만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이 걱정하는 것은 '거래량 위축'이 가져올 2차 쇼크다. 전문가들은 파생상품 거래세 도입의 가장 큰 문제로 '파생상품 유동성이 줄어드는 데만 그치치 않고 현물시장 침체로 번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증권사 파생상품 담당 연구원은 "오늘만 해도 프로그램 매매가 7,000억원 넘게 유입되며 지수 상승의 모멘텀으로 작용했다"며 "선물 시장 유동성이 줄어들면 당연히 프로그램 매매도 축소될 수밖에 없고, 결국 이 같은 흐름이 현물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올 들어 프로그램 매매 비중이 전체 시장의 15%에 달하는 상황에서 차익거래 등의 감소는 전체 현물시장 유동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 연구원은 이어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거래세 도입 후 한국 파생상품 시장에 대한 매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파생상품 거래세 도입은 가뜩이나 어려운 증권업계에도 치명상을 입힐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한국거래소는 올들어 거래대금이 급감하면서 상반기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60%나 급감한 472억원에 그쳤고 증권사의 수익성도 거의 반토막 나다시피 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