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권도엽의 4대강 코드인사

국토해양부의 한 사무관은 최근 담당국장ㆍ과장과 외부 회의에 참석했다가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들렀다. 식사가 끝날 무렵, 눈치를 보던 과장이 말을 꺼냈다. "더치페이 하시죠." 1만원을 낸 국장은 본인 밥값을 제하고 남은 돈 3,000원을 거슬러 받았다. 과장ㆍ사무관도 천원 단위까지 맞춰서 각자 냈다. 이는 장관의 '더치페이'엄명에 따라 식사 때마다 국토부에서 벌어지는 진풍경이다. 국토부는 하천협회 연찬회에서 룸살롱 접대 등을 받은 직원들의 부적절한 처신이 드러나 최근 한바탕 홍역을 앓았다. 권도엽 장관은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골프ㆍ술ㆍ식사 접대 금지는 물론이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직원끼리도 밥값은 각자 내도록 했다. 회식비용도 'n분의1'이다. 이제 국토부 직원들은 야근 후 소주 한잔도 1만~2만원씩 걷어서 마신다. 권 장관의 조치는 파격적이지만 수긍이 간다. 회식비용을 특정인이 지속적으로 부담해야 한다면 결국 외부자금 조달이 필요하고, 이는 스폰서 문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은 낯설더라도 20년 후 스탠더드가 될 문화를 선도하겠다"는 게 권 장관의 호언이다. 그러나 권 장관은 자신의 말과 영 딴판인 인사를 1일 단행했다. 문제의 연찬회 사건을 일으켰던 부서의 담당국장을 4대강 담당 1급 본부장으로 전격 승진시킨 것. 인사발표 직후 차관이 이례적으로 인사의 취지를 해명하기 위해 기자실을 찾았다. 그의 해명은 "전임 국장이 승인한 행사에 참석만 했을 뿐이기 때문에 승진에 하자가 없으며 그만한 '4대강 전문가'가 없다"는 것이다. '참석만 했을 뿐'이라는 차관의 해명은 옹색하기 그지없다. 그동안 부하직원이 일으킨 물의에 대해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물러난 모든 고위공직자들의 사례는 숱하다. 징계는 과하다 하더라도 모든 공무원들의 꿈인 '1급 승진'은 일반국민들의 눈높이로 이해하기 어렵다. 장관이 진정 조직문화를 개혁하고자 한다면 밥값 누가 냈나를 따지는 것보다 공무원에게 제일 중요한 인사로 푸는 게 정도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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