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시장 불안 타개 방향/이한구 대우경제연소장(긴급진단)

최근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6월 이후 개선기미가 있던 실물경제가 발목을 잡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그런데 냉철하게 살펴보면 그토록 수선을 떨 상황이라는 지표는 별로 없다. 이미 국제적으로 고평가된 달러에 대한 원화환율은 1년전보다 10%정도 평가절하되었는데 일본엔화도 마찬가지 사정이다. 동남아통화는 20∼30%정도 평가절하된 수준이다. 지난 1주일동안 평가절하폭은 아직 1% 이내다. 회사채수익률 등으로 표시되는 시중금리도 사실은 1년전 수준으로 되돌아갔을 뿐이다. 주가는 4∼5개월전 수준이다. 비슷한 수준의 금융지표를 보였던 몇달전 혹은 1년전에는 지금처럼 큰 불안감이 우리 사회에 없었는데 왜 이럴까. 아마도 과거로부터의 거품이 걷히고 사업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지금 수준의 금융시장사정마저 유지되지 못하고, 그것이 결국 외환위기와 국내경기회복지연으로 연결될 것을 우려한 때문일 것이다.9월중순의 추석자금부족, 9월말에 결정될 기아그룹의 부도유예종식에 따른 연쇄부도가능성, 국제수지적자는 계속되는데 그나마 유입되던 외국자본이 정부의 금융시장안정대책에도 불구하고 희망대로 들어오지 않을 경우 대외적 지급불능위험, 환율이 지나치게 평가절하될 경우 야기될 일부 대기업들의 엄청난 외환평가손실 등이 예삿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우려들이 반드시 현실화한다는 가능성은 크지 않다. 실물경제는 경기하락의 마지막 단계에 와 있고 수출증가율도 높기 때문에 경기회복 시기는 임박해 있다. 다만 회복속도나 정도가 약간 문제일 따름이다. 또 금융시장에서는 일부 대기업들의 추가부도가능성이 있지만 종합금융회사들은 한국은행이 특별지원하는 자금으로 무리한 대출자금회수를 안해도 견딜 수 있을 것이다. 지난번 정부의 금융안정대책으로 풀릴 예정인 자금규모는 본원통화기준만으로도 6조원내외(97년 6월말 현재평잔=20조원)나 되므로 전체금융시장의 유동성은 지나칠 정도로 넉넉히 공급된다.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과다와 수익성악화때문에 그들의 신뢰성이 문제이긴 하지만 이들도 경영혁신의 무드속에서 개선될 것이다. 그리고 국제적 주식투자기관들이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발생한 불안감을 반영해 2백억달러가 투입된 한국시장에서 얼마나 인출할 것인지 아니면 더 투입할 것인지는, 우리 사회가 거품조절 과정에서 신용상태를 유지할만큼 진지한 체질개선 노력을 하고 있는지의 여부에 달려 있다. 외국투자가들은 우리 경제의 장래에 대해 낙관적이다. 다만, 단기적 조정능력을 의심할 뿐이다. 그러므로 금융시장 불안의 타개책이라면 국내 금융시장의 자금 흐름을 원활하게 만들고 외국자본가에게 원화의 평가절하가능성이 적음을 보여주며,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들이나 금융기관들이 재무구조와 수익성개선의 추세속에 있음을 확인시키는 일이다. 첫째, 한보그룹에서 기아그룹에 이르는 부도재벌문제는 빨리 결론을 내야 한다. 정부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관련 재벌그룹의 경영진과 노조는 최대의 성의를 보여서 9월말까지 기다리지 말고 합리적 자구계획을 진척시켜야 한다. 둘째, 다른 재벌그룹의 추가부도발생은 종합금융사들이 자금회수를 유보한다고 예방되는 게 아니다. 경영자와 근로자들이 자기회사가 부도나면 흔히 취하는 정도의 과감한 경영합리화조치를 빨리 동원하는 게 상책이다. 셋째, 부도유예협약은 가입금융기관을 확대하는 대신 부도유예기간은 단축시키는 게 불확실성을 줄이는 의미에서 좋다. 그만큼 금융기관의 실태파악노력이 가속화되어야 한다. 넷째, 기업의 퇴출을 촉진하는 제반 정책수단은 한시바삐 입법화해서 많은 기업들이 부도나기 전부터 변신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다섯째, 부동산처분의 촉진을 위한 성업공사의 활동을 서두르는 등 부동산과 부실채권의 유동화를 도모하고, 기업과 금융기관들의 M&A(심지어는 외국기관에의 매각)를 촉진시켜야 한다. 대기업집단에 대한 출자제한이나 지급보증축소를 고집하면 사회적 구조조정비용은 제법 많이 들 것이다. 여섯째, 외국인투자촉진·단기금융시장의 활성화·정크본드나 벤처캐피털시장 등 관련규제를 혁파해야 한다. 환율안정을 위해 외국정부나 국제기구와의 스와프거래계약도 필요하다. 일곱째, 정부가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물가안정과 국제수지개선을 위한 제반시책을 강화하면서, 범부처차원에서 정부의 시책을 수행하도록 신상필벌의 자세가 보여지면 모두들 방관자적 태도를 버릴 것이다. 모든 필요한 조치는 시기를 잃어버리면 소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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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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