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중남미 진출, 스페인 활용을

학창 시절 마음에 드는 여학생에게 직접 말을 붙여본다는 것은 보통 용기가 아니다. 이럴 때는 그 여학생의 친구를 통해 소개받는 것이 성공확률도 높이고 스트레스도 훨씬 덜 받는 방법이다. 많은 기업인들이 이구동성으로 중남미시장의 중요성을 말하면서도 거리ㆍ언어ㆍ문화 등 여러 복잡한 요인 때문에 선뜻 다가서기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그렇다. 중남미 시장은 반드시 가야 할 시장이지만 쉽게 갈 수 있는 시장은 아니다. 그렇다면 중남미를 잘 아는 친구를 통해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지난 6월 11일 우리 기업의 중남미 시장 진출확대를 위한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산업자원부와 대외경제정책연구원ㆍ무역협회 등이 공동 개최한 ‘스페인을 활용한 중남미진출 세미나’가 그것이다. 사실 중남미 진출에 스페인을 활용하자는 개념은 2월 노무현 대통령의 스페인 방문 때 처음 제기됐다. 이번 세미나는 이런 논의의 연장선상에서 열린 것으로 다양한 방법들이 논의되었다. 중남미 지역에서 스페인이 가진 영향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크다. 스페인은 최근 건실한 경제성장으로 인한 풍부한 유동성을 해외 진출에 적극 활용해왔다. 특히 언어ㆍ역사ㆍ문화적 유대관계에 기초한 투자 여건을 바탕으로 중남미 지역 투자에서 눈부신 성공을 거뒀다. 이런 스페인의 경험을 잘 활용한다면 우리 기업의 중남미 진출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 다행히 최근 이에 대한 유리한 여건들이 조성되고 있다. 중남미 지역 15개 국가에 3,650여개 지점망을 갖추고 있는 스페인 ‘BBVA’ 은행이 한국에 사무소를 열었으며 우리 수출입은행과 협력약정도 체결했다. 중남미가 대규모 플랜트 발주가 활발한 지역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들 금융기관 간 협력은 우리 플랜트 업계의 중남미 진출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산자부와 스페인 산업관광통상부, 한국산업기술평가원과 스페인 산업기술개발센터(CDTI) 간에 체결된 ‘산업기술협력약정’도 장기적으로 우리의 중남미 진출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제품 개발단계에서부터 중남미 시장의 특성을 반영할 수 있고 이미 구축돼 있는 스페인 업체의 중남미 판매망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미 스페인을 활용해 중남미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사례도 있다. 치킨체인 ‘비비큐(BBQ)’가 대표적 사례다. 2004년 스페인에 첫 진출한 비비큐는 스페인 문화권에 대한 경험을 확보한 후 이를 바탕으로 중남미 13개국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또 ‘안철수연구소’의 경우 지난달 스페인 최대 은행인 ‘산탄데르’ 은행의 멕시코 은행망에 보안 프로그램을 공급하기도 했다. 중남미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하나의 거대한 덩어리가 아니라 33개 국가로 구성된 복잡한 지역이다. 중남미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은 우리 기업들이 이들 국가를 직접 상대하는 것보다는 이미 이 지역을 잘 알고 있는 스페인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한국과 스페인ㆍ중남미를 잇는 삼각 협력이 이른 시간 내에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할 방침이다. 우선 올 하반기 중 공동 기술개발을 희망하는 양국 기업들을 한자리에 모아 ‘상호 연계의 장’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어 스페인 현지에서 ‘중남미시장 공동 진출 세미나’를 열어 스페인 측의 관심도 불러일으킬 작정이다. 아울러 정부 차원의 양국 협의체에서 이 의제를 지속적으로 다뤄나갈 것임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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