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FRB "경기보다 물가 억제" 긴축으로 급선회

월가, 내달 0.25%P 금리인상 전망<br>지구촌 '인상 도미노' 불가피할 듯<br>채권시장 패닉…美국채 0.32%P 급락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지난해 여름 이후 견지해온 통화완화 기조를 앞으로 통화긴축 기조로 전환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앞으로 FRB의 정책 기조가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임을 선언한 것이다. FRB의 통화정책 기조 전환은 유럽중앙은행(ECB)과 함께 올 하반기에 세계 각국에 금리인상 도미노를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버냉키 FRB 의장은 9일(현지시간) 보스턴 FRB 창설 52주년 기념식에 앞서 가진 ‘인플레이션에 대한 이해와 통화정책’이라는 제목의 연설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차원에서 인플레이션에 강력하게 대처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발언은 시장에서 FRB가 곧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됐다. 그는 “(향후 FRB의) 금리정책은 중기 인플레이션 전망에 기초해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버냉키 FRB 의장이 금리인상 카드를 꺼내든 것은 고유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며 갈 길 바쁜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40달러에 육박한 가운데 철광석ㆍ석탄 등 원자재는 물론 밀ㆍ옥수수 같은 농산물 가격까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아 미국의 물가를 압박하고 있다. 미국의 지난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3.9%에 달했다. FRB가 정책 기조를 바꾼 것은 미국 경제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의 사슬에서는 어느 정도 벗어났다는 자신감도 배어 있다. 버냉키 의장은 “지속되는 주택시장의 불황과 높은 에너지 가격이 경기하강 위험을 조장하지만 연방정부의 세금환급과 금리인하, 기록적인 수출은 성장을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 단계에서는 금리인하 등 통화팽창정책을 통한 경기침체 및 신용경색 방지보다는 인플레이션 억제를 통한 통화긴축정책을 펼치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5월 미국 실업률이 5.5%로 한달 사이에 0.5%포인트 급등했지만 다른 지표들이 건실하게 나오면서 FRB가 경기하강보다 인플레이션에 집중할 여유를 갖게 된 것이다. 뉴욕 월가는 FRB의 금리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그 시점이 언제일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월가의 페드워처(FRB전문가)들은 FRB가 이달에는 금리를 동결하고 다음달에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의 연방기금금리 선물은 FRB가 다음달 금리를 0.25%포인트 이상 인상할 가능성을 88%로 반영했다. 일주일 전에는 다음달에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67%였다. 버냉키 의장의 금리인상 시사 발언으로 채권시장은 패닉 상태에 빠지며 폭락했다. 미 국채 2년물 수익률은 지난주 말보다 0.32%포인트 급등한(채권가격 급락) 2.71%에 거래를 마쳐 올 들어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매튜 존슨 ICAP호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채권시장에서 잠시 동안 사자 주문이 자취를 감추기도 했다”며 “(버냉키 의장의 발언을 통해) FRB는 그들이 인플레이션을 염려하고 있음을 다시 각인시켰다”고 말했다. FRB가 통화정책 기조를 금리인상 기조로 바꿈에 따라 각국 중앙은행들도 금리인상 행렬에 동참할 것으로 관측된다. 장 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도 오는 7월 중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리셰 총재는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한 회의에서 “물가상승 억제 차원에서 기준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고 오늘 이 말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며 7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재차 확인했다. ECB의 7월 금리인상이 가시화되면서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럽이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인상하면 양대 경제권 간의 금리 격차가 벌어지며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티머시 가이스너 뉴욕 FRB 총재는 뉴욕 경제인클럽 연설에서 “연방은행이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금리인하를 단행하면서도 내재한 인플레이션이 가속화하는 위험을 피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리처드 피셔 댈러스 FRB 총재도 경제전문방송 CNBC와 가진 회견에서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피셔 총재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경제활동을 위축시키기 시작했다”며 금리인상을 지지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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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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