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9ㆍ4 주택시장 안정 대책' 발표 이후 신도시 개발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아직 입지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강남을 대체할 수 있는 신도시를 2~3곳 정도 추진 할 예정"이라고 밝히자 건설 찬반론에서부터 예정지 선정에 이르기까지 여론이 분분하다. 특히 지난 1990년대에 개발된 5대 신도시가 결국 수도권의 과밀화를 부추기는 등 기대에 빗나간 전례가 있었던 만큼 논란은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지금은 서울의 베드 타운으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분당ㆍ일산ㆍ평촌ㆍ중동ㆍ산본 등 5대 신도시는 개발 당시만하더라도 계획도시로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에 따라 서울 인구를 분산시키는 데도 적잖게 기여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도시에 필수적인 자족(自足)기능을 소홀히 함으로써 이들 신도시는 서울의 베드 타운이 될 수 밖에 없었고 주민들의 서울 출퇴근으로 오히려 교통난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가져 왔다. 신도시 계획 당시 건설부는 일산에 외교와 출판단지를 유치하겠다고 했지만 없던 일이 돼 버렸다. 분당의 경우 상업시설 용지로 자족시설이 들어 갈 곳에 요즘 말썽 많은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 서고 있다. 특히 금년부터는 고교 평준화 정책이 경기도에도 강제 시행됨에 따라 신도시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U턴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올들어 지난 8월10일 현재 서울의 강남과 서초구 고교에 전입해 온 학생만도 900명이 넘어 지난 2000년 연간 전입학생수 1,200여명에 육박할 정도다. 전입 학생 대부분이 신도시에서 온 학생들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따라서 앞으로의 신도시 개발은 과거의 실패를 거울 삼아 '어느날 아침의 뚝딱'이 되어서는 안된다. 여론을 수렴해 가면서 긴 안목으로 세심하고 차분하게 계획하고 추진해 나가야 한다. 강남 아파트값 상승의 직접 요인이 됐던 교육 인프라의 확충이 우선 고려되어야 할 부분이다. 서울과의 대중교통 연계 문제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또 계획도시라면 계획된 기능만 넣도록 해야 한다. 신도시의 문제 가운데 하나가 난개발이라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신도시 건설 과정을 보면 선진 외국과는 거꾸로 가는 대목이 많다. 이웃 일본만 하더라도 일단 입지가 선정되면 먼저 전철과 도로 등 도시기반시설을 닦은 후 아파트 등 주택이 들어서는 게 순서다. 그러나 우리는 반대로 해서 주민들의 불편을 자초하고 도시의 질을 떨어뜨린다. 재정이 감당하기 어려울 경우 민간 기업에게 기반시설을 건설하게 하고 그만한 보상책을 마련해주는 방법도 고려해볼만 하다. 이번 신도시는 21세기에 어울리고 모든 환경이 강남에 버금갈만한 도시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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