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그레이트 체인지 코리아] 아토 마코토 와세다대학 교수

[해외 석사들이 제시하는 한국 인구문제 해법] <br>"공적인 보육서비스 강화해야"<br>적극적인 법 정비·예산 편성해야<br>'외국인 이민 허용' 필요는 하지만<br>장기체류 문제등 심각하게 고민을


"인구 문제는 단기간의 정책으로는 효과를 볼 수 없습니다. 경기 사이클에 휘둘리지 말고 가정 친화적인 정책들을 기업과 정부 모두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한국의 인구 문제는 이제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닌 전세계 인구 관련 석학들의 주된 고민이다. 세계 최장의 근로시간과 세계 최저 출산율, 그에 따른 초고령화 사회로의 급속한 진행 등은 그 유례를 찾을 수 없기 때문에 내로라하는 석학들이 한국의 인구 문제를 연구하고 해답을 제시한다. 서울경제신문은 창간 50주년을 맞아 유럽과 일본의 인구 문제 전문가에게 우리나라의 인구 문제 해결책에 대한 e메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마코토 아토 일본 와세다대 교수(전 일본인구학회장)와 마리-테레즈 르타블리에 파리1대학 교수(프랑스 국립인구문제연구소 연구원)는 각론에 있어서는 다소 차이를 보였지만 한국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정부와 기업이 출산 친화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아토 마코토 일본 와세다대 교수는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미래인구 감소는 일본보다 심각하다"며 "정부가 직접 노동시장에 개입해 공적인 보육 서비스를 강화해나가는 것 외에는 별다른 해답이 없다"고 말했다. 일본인구학회장과 국립 사회보장ㆍ인구문제 연구소 소장 등을 역임하며 일본 내 최고의 인구 전문가로 꼽히는 아토 교수는 "한국의 인구정책이 일본과 많이 닮아 있는데 일본이 수많은 정책을 펴면서도 성공을 거두지 못했기 때문에 한국도 우려되는 점이 많다"며 "반드시 일본의 실패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미래 인구를 어떻게 예측하십니까. ▦일본•대만 등 동아시아권이 다 마찬가지이지만 한국은 인구 문제에 있어 저출산ㆍ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기 때문에 전세계 인구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합계 출산율이 1.2명 이하로 내려간 것도 오래된 일인데 무엇보다 20대 여성의 출산율이 지난 10년 사이 격감한 것이 큰 원인입니다. 유엔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모두 한국이 오는 2020년대에 들어서면 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는데 저뿐만 아니라 많은 인구학자들에게 한국의 사례는 학문적으로 흥미로운 연구대상입니다. -한국의 출산율이 갈수록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일본의 과거를 되짚어볼까요. 일본에서는 1970년대 중반부터 이미 결혼을 미루거나 기피하려는 성향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서구문화가 자리를 잡고 개인주의가 퍼지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요. 1990년대 초반부터는 버블경제 붕괴로 기업들이 일자리를 줄이고 늘려도 비정규직 비중만 높이면서 젊은이들의 일자리가 불안해졌습니다. 결혼을 해도 여성들이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가 대단히 어렵습니다. 결혼 후 곧바로 일을 그만두는 여성은 3%에 불과한 반면 첫 아이를 낳고 그만두는 비율은 무려 70%에 달합니다. 이러한 모습들이 시차를 두고 한국에도 그대로 나타나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는 저출산의 큰 원인으로 사교육 문제를 꼽고 있습니다. ▦해결이 결코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일본도 입시 경쟁이 치열하고 비대한 사교육 문제가 지적되고는 있지만 그것 때문에 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는 드문 것 같습니다. 사실 입시경쟁을 해소한다는 것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말하기는 쉽지만 행동하기는 대단히 어렵습니다. 일본의 경우 공립 고등학교 평준화, 방과 후 교육 등의 정책을 펴왔는데 모두 실패로 끝났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닙니다. 교육개혁은 필요한 문제이지만 그렇다고 경쟁을 안 하게 할 수는 없습니다. 글로벌화 시대에 한국이나 일본 모두 교육 수준의 향상, 치열한 경쟁은 피할 수 없습니다. 다만 그 비용을 어떻게 줄이느냐가 관건이 될 것입니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경제구조의 변화가 일본에서는 어떻게 나타나고 있습니까. ▦수요 측면에서 봤을 때 일본에서는 실버산업이 활황을 맞고 있습니다. 의료나 레저산업도 호황이고 고령자 관련 서비스 등도 점차 수요가 늘어나는 모습입니다. 문제는 노동력 감소의 문제입니다. 일본 경제규모에 맞는 노동력 공급이 원활이 이뤄지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기피업종인 3D를 멀리 하는 것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마찬가지 문제입니다. -노동력 공급을 위해 이민을 허용해야 한다는 논의가 최근 한국에서는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대단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입니다. 물론 일본•한국 등 인구감소 사회에서 경제적으로 이민을 받아들이는 것은 필요합니다.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춰나가는 차원에서 고급ㆍ전문 해외인력을 받아들이는 것도, 자국 젊은이들이 싫어하는 3D 업종 분야에 이민자들을 받아들이는 것도 함께 해야 합니다. 다만 미국•캐나다•호주와 일본•한국은 역사적 배경도 민족국가 의식도 다릅니다. 일본과 한국은 고학력 전문직 외국인은 매우 열린 자세로 받아왔지만 저임금 단순 노동자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한 입장을 취해왔습니다. 문제는 고학력 전문직 외국인은 별로 늘지 않는데 저임금 노동자만 늘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이민을 받고 안 받고를 선택하는 차원을 넘어 외국인 노동자가 장기 체류했을 때 한국에서 벌어질 상황이나 그들에 대한 처우 문제 등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한국이 저출산 문제를 풀기 위해 취해야 할 해법을 말씀해주시죠. ▦정부 주도하에 공적인 보육 서비스를 강화해나가는 것이 최선입니다. 문제는 한국이나 일본이나 그 정책이 매우 느린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의 정책을 자세히는 모르지만 2006~2010년 나온 저출산ㆍ고령화 대책은 일본의 정책과 대단히 비슷합니다. 두 나라 모두 정책은 좋지만 그것을 위한 법 제도 정비나 예산 편성 등에 있어 소극적이었던 게 사실입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의 양을 늘릴 게 아니라 입법부가 법을 정비하고 직장의 관행을 서서히 바꿔나가며 실질적인 예산 편성을 해나가는 게 필요합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