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국회 정치적 흥정 판친다

국회 정치적 흥정 판친다 국회가 여야 지도부의 방침에 따른 정치적 흥정의 자리로 얼룩지고 있다. 국회가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의원로 구성된 상임위원회의 심도 있는 심사활동보다는 여야 총무회담에 의한 정치적 결단으로 안건을 처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상임위원회는 일반적으로 소속 위원 상호간 합의처리를 원칙으로 삼고 있지만 특정 안건에 대해 소속 위원간의 의견이 팽팽히 대립할 땐 표결처리라는 국회법상 최후수단을 쓸 수 있다. 그런데도 여야 총무들이 사사건건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표결은 커녕 충분한 논의를 거치기도 전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등 정치적 타협으로 안건을 처리하는 일이 관행처럼 굳어지고 있다. 특히 여야 총무들은 당내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는 의원총회의 기능을 유명무실화하고 당 총재 등 지도부의 방침이 마치 당론인 것처럼 내세워 일방통행식으로 밀어부치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안건에 대한 국회 심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졸속ㆍ부실로 이어져 해당 상임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반발을 야기하는 한편 걸핏하면 다른 안건과 연계처리방침을 주장해 국회운영을 파행으로 이끌고 있다. 심지어는 상임위원회 활동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총무들이 이 같은 무리수를 둔 대표적인 사례는 새해 예산안 처리. 여야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계수조정소위원회가 활동중인 상태에서 양당 총무간 접촉을 통해 새해 예산의 전체 순삭감 규모를 먼저 결정, 계수조정소위는 이 순삭감 규모에 따라 부문별 예산을 짜맞췄다. 계수조정소위에서 부문별 예산의 적정성을 따진 후 그 결과물로 나와야 될 순삭감 규모가 계수조정에 앞서 총무회담에서 정해져 예산심의 절차가 뒤바뀐 셈이다. 결국 계수조정은 계수조정소위 내 6인 소위에서 '나눠먹기'식 누더기 예산이 편성됐다. 이에 따라 일부 의원들이 이번 예산안이 밀실담합에 의한 선심성 지역편중 예산안이라며 이의를 제기, 역대 처음으로 본회의에서 표결처리되는 진기록을 세웠다. 총무회담의 과도한 상임위원회 활동개입은 정부조직법 개정에서도 마찬가지.여야가 교육부의 부총리 승격여부를 놓고 정부조직법 개정과 관련 행정자치위원회에서 줄다리를 하고 있을 때 한나라당이 정부조직법안을 예산안과 연계처리할 움직임을 보이자 양당 총무들은 정치적 결단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여야의 당론이 이처럼 오락가락하는 사이에 양당 소속의원들은 갈피를 못잡고 혼선을 거듭한 끝에 행정자치위원회는 물론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에서조차도 표대결을 거쳐 가까스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지난 정기국회 때 공적자금관리특별법 제정 때도 어김없이 여야 총무들이 간여했다.당시 공적자금관리특별법 제정은 40조원 규모의 공적자금 추가조성 동의안 및 공적자금 국정조사와 연계돼 여당은 공적자금 추가조성 동의안을 원안대로 처리하고 공적자금관리특별법상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소관부처를 재정경제부로 하는데 대한 야당의 협조를 얻어냈다. 반면 야당은 그 대가로 공적자금 국정조사 대상에 준공적자금 28조원 포함시켜 1차 공적자금 109조원 전액으로 하자는 자당의 주장을 관철시켰다. 김 모 의원은 "총무회담이 국회 운영을 원만히 하기 위해 합당한 절차와 형식으로 정해진 당론을 조율하는 원내 교섭의 공식채널"이라며 "그러나 충분한 당론수렴 없이, 그것도 부당하게 상임위원회 활동을 저해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말했다. 구동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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