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인구의 92% 이상이 돼지고기를 안먹는 무슬림(이슬람교도)인 요르단의 수도 암만에 삼겹살까지 파는 정육점이 있다. 삼겹살 가격은 1㎏에 10 JD(요르단 디나르ㆍ1만6,000원)로 양고기의 2배지만 매달 한두 번 비행기편으로 수입해 들여온지 1주일도 안돼 동이 난다. 소비자는 100% 한국인.
3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암만의 중심가인 메카 거리에 있는 이 정육점의 상호는 `PORK MEAT(돼지고기)'. 종업원 리다씨는 한국인 손님을 보자마자 대뜸 "삼겹살? 목살?"이라고 물었다. 그는 "전체 고객의 30%가 한국인인데 꼭 삼겹살과 목살이 있는지 묻는다"며 "미안하지만 삼겹살은 열흘 전에 다 팔려서 다음번 들여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국인들이 삼겹살 다음으로 찾는 목살을 포함한 돼지고기 다른 부위는 1㎏에 6 JD(9,500원)에 팔린다.
13년 전 문을 연 이 정육점의 주인과 종업원은 모두 아랍인이지만 기독교도들이다. 고객은 대부분 한국ㆍ중국ㆍ일본인과 필리핀을 포함한 동남아인들이고 무슬림이 아닌 아랍인도 일부 있다. 아랍인 고객은 외국생활을 하면서 돼지고기 맛을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이다.
주인 아싸드씨는 "요르단에서 돼지고기를 파는 곳은 우리 가게와 아카바 분점밖에 없다"며 "돼지고기는 전량 스페인ㆍ키프로스ㆍ이탈리아에서 수입한다"고 소개했다.
이 정육점은 당초 냉동돼지를 앞다리살ㆍ뒷다리살 등 부위별로 팔았지만 삼겹살 부위를 따로 팔지는 않았다. 한국처럼 고기를 얇게 썰어주지도 않았다. 하지만 한국 손님이 많아지고 삼겹살 수요가 계속되자 올 가을부터 비계와 살코기가 적당히 섞인 `슬라이스 삼겹살'을 수입해 팔기 시작했다.
유학생 정진한씨는 "아랍국가에서는 돼지고기를 아예 못먹을줄 알았으나 돼지고기를 파는 정육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요르단의 한국 교민이 2년새 340여명에서 550여명까지 늘면서 최근 삼겹살까지 수입돼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슬람교 경전인 코란은 `죽은 고기와 피와 돼지고기를 먹지 말아라(2장173절)' `너희에게 허락되지 아니한 것이 있으니 죽은 고기와 피와 돼지고기, 하나님의 이름으로 잡은 고기가 아닌 것(5장4절)'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아랍인들은 무슬림이 아니더라도 돼지고기를 꺼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