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연습실. 오페라 '맥베드'의 주인공인 바리톤 고성현이 아리아 '연민도, 명예도, 사랑도…(Pieta, rispetto, amore…)'를 끝마치자 리허설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숨을 죽였다. 이소영 국립오페라단 단장은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토해냈다. "여러분, 지금 여기에 모이신 분들은 모두 너무나 축복받은 분들이에요. 이런 아리아를 연습실에서 들을 수 있다는 게 도저히 믿기질 않네요." 국립오페라단이 12일부터 18일까지 막을 올리는 베르디의 오페라 '맥베드'는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작품이라고 이 단장은 자신한다. 공연을 앞두고 연출가인 이 단장에게 '맥베드'의 감상 포인트를 직접 들어봤다. ◇'최정상' 바리톤 고성현 단독 캐스팅= 국립오페라단은 이번 작품을 위해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을 12일부터 18일까지 임대하기로 계약했다. 하지만 정작 공연을 올리는 날짜는 12ㆍ14ㆍ16ㆍ18일 4일에 불과하다. '징검다리 공연'으로 하루 건너 하루는 휴식을 취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 이에 대해 이 단장은 "바리톤 고성현씨를 단독으로 캐스팅했기 때문에 최고의 컨디션으로 최고의 공연을 선보이기 위해 징검다리 공연을 하기로 결정했다"며 "세계적인 수준의 고성현씨가 맥베드 역에 출연했다는 것만으로 이 작품은 놓쳐선 안된다"고 말했다. 왜 하필 고성현씨를 고집했는지 궁금했다. 이 단장은 그를 가리켜 "전부적인 성량과 고난도의 테크닉, 무대 위에서의 카리스마, 동물과 같이 변호하는 캐릭터를 소화하는 능력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다"면서도 "하지만 단지 최고의 기량 때문에 선택한 것은 아니다"고 답했다. 그 이유만이라면 고성현 외에도 캐스팅할 가수가 있다는 게 이 단장의 생각이다. 하지만 그는 "고성현씨는 최고의 가수를 넘어서 성숙의 과정을 걷고 있는 성악가인데다 예술가로서 인간의 본질을 표현하는 깊이가 물에 올랐다"며 "솔직히 그가 없었다면 맥베드를 무대에 올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작품은 지난 2007년 전임 예술감독인 정은숙 단장이 선보인 레퍼토리이기에 질적으로 업그레이드 할 자신이 없었다면 시도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살인과 광기… 욕망의 '비극적 향연'= 작곡가 베르디는 자신의 오페라 '맥베드'에 대해 "나의 음악을 듣지 말고 셰익스피어의 시를 들어라"고 말했다. 시를 듣다 보면 문학과 하나가 된 자신의 음악을 감상하게 된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이 단장은 설명한다. 동시에 셰익스피어의 문학에 대한 존경의 표시이기도 하다. 이 단장은 이번 작품에는 최고의 성악가들과 실력파 지휘자인 마르코 발데리가 참여해 화려한 스타들이 총출동했다고 자신한다. 맥베드 역의 고성현 외에도 레이디 맥베드 역에 소프라노 알레산드라 레짜, 막두프 역의 테너 이정원 등이 무대에 함께 선다. 이 단장은 이 작품의 묘미는 인간의 광기와 살인에 얽힌 욕망과 파멸을 다루는 스토리의 강렬함에 있다고 풀이한다. 강력한 이야기의 힘은 베르디의 아리아와 어우러져 '상승작용'을 일으켜 환희와 절망의 양극단을 보여준다. 객석에 앉은 관객은 한시도 무대에서 눈을 뗄 수 없을 것이라고 이 단장은 장담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번 공연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12ㆍ14ㆍ16ㆍ18일 진행된다. 바리톤 고성현은 매 공연에 맥베드로 출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