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화학공학 분야 연구원이요.”
강사: “그 말은 ‘어디로 여행하고 싶어요’라는 질문에 ‘북쪽이요’ 라고 대답하는 것과 같아요. 화학공학 분야에는 다양한 직종이 있을텐데 말이죠. 생각의 기준은 구체적일수록 좋아요.”
21일 서울공고에서 열린 고인돌 강좌 ‘영화로 읽는 윤리학: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서 이창후(사진) 성균관대 초빙교수는 인생의 나침반을 어떻게 정해야 하는지에 관한 질문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이날 강좌는 동작도서관에서 인근 중고등학교를 위해 마련했으며, 서울공고 독서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는 20여명의 학생들이 참석했다.
‘고인돌(고전인문학이돌아오다)’은 서울시교육청과 본지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기획 운영하고 KT가 후원하는 청소년과 시민들을 위한 고전인문 아카데미로 올해 3회째다.
이 교수는 영화 ‘레옹’, 드라마 ‘모래시계’ 등의 주인공을 통해 윤리와 도덕을 이야기했다. 킬러로 살아가던 레옹이 옆집 소녀 마틸다의 목숨을 우연히 구해주면서 그의 삶이 180도로 바뀌는 모습을 보며 이 교수는 “레옹은 위기의 순간에 마틸다를 구해주는 바람에 킬러의 삶을 포기하게 된다. 인생은 한 방향으로 일정하게 갈 수 있어야 하는데 사실 레옹은 그렇지 못했다. 마틸다와의 인연으로 결국 레옹은 목숨을 잃게 된다”면서 “일생을 살아가면서 목표를 유지하는 일은 쉽지 않다. 내가 원하는 것을 일관되게 유지하려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라’라며 조언하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방황하고 있다. 그 원인에 대해 이 교수는 명쾌하게 답하고 있다.
“진정 내가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찾지 못한다면 방황은 계속되겠죠. 돈을 마음껏 쓰면서 살고 싶은데 돈을 벌기는 힘들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죠. 하지만 그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사람입니다. 돈을 왜 마음껏 쓰고 싶은지, 돈을 벌어서 어디에 쓸건지 등등 구체적인 질문에 생각은 명쾌하지요. 방황의 끝을 보려면 자신이 그 답을 찾아야 합니다. 생각이 바로 그 통로이지요.”
모래시계의 한 장면에서 이 교수는 삶의 기준에 대해 설명했다.
“조폭 두목이 된 태수가 검사가 된 친구 우석과 만나는 장면에서 태수가 ‘니가 말하는 그 옳고 그름의 기준이 뭐야? 그렇게 살면 어떻게 되는건데?’라는 대사가 나와요. 조폭 두목의 입에서 나오는 말치고는 거창하지요? 두 사람의 대화 속에는 윤리학의 핵심논제가 들어있어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라는 명제는 모든 사람의 인생에 해당하는 말이라는 것이겠죠. 철학과 윤리의 핵심은 바로 자신의 생각을 돌아보는 것입니다.”
이 교수는 우왕좌왕하지 않고 한 방향으로 살아 가려면 자기가 원하는 바를 명확하게 알아야 하는데, 이 과정은 자기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살아가면서 한 방향으로 자기의 생각을 유지할 수 있다면 적은 노력으로 자기가 원하는 삶을 유지할 수가 있어요. 만약 그렇지 않고 방향이 자주 바뀐다면 열심히 노력한 수고는 물거품이 되고 말아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명확하게 알고 있다면 주변의 도움을 구해서 나아갈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다른 사람들의 도움조차 받기 어려워요.” 이 교수는 생각의 구조에서 최상의 기준은 바뀌어서는 안되는 만큼 고심 끝에 내리고, 내린 결론은 한 뱡향으로 계속 밀고 나가야 한다는 대목에 힘을 실었다.
올해 처음 고인돌 프로젝트에 참가한 이 교수의 강의는 서울공고에 이어 광성고(9/5~19), 동작도서관(11/3~12/8), 명덕여중(11/9~11/11) 등에서 잇따라 열린다.
한편, 올해 3회째인 고인돌(고전인문학이돌아오다)은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21곳과 서울시 중고등학교 30여 곳에서 12월까지 잇따라 열리고 있다. 세부 프로그램은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포털 에버러닝(everlearning.sen.go.kr)을 참고하면 된다. 강좌는 무료이며 신청은 해당 도서관으로 문의하면 된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