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교통사고로 지병 악화땐 가해자가 20% 책임져야

교통사고가 원인이 돼 예전에 앓았던 병이 악화됐다면 가해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3부(원유석 부장판사)는 교통사고로 치료를 받다 과거의 질병이 악화되면서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안모씨와 그 부인이 악사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보험사는 2,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하반신 마비 환자인 안씨가 사고로 정신적 고통을 받아 십이지장 천공이 생겼다고 볼 수 있다”며 “천공 치료 중에 기도폐쇄와 결과적으로 뇌손상이 발생한 점을 고려한다면 안씨가 입은 장해는 결국 교통사고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민사분쟁에서 인과 관계는 반드시 의학이나 자연과학으로 입증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사고 치료를 받다 상태가 악화하거나 새로운 증상이 생겼으면 의료진의 중대과실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최초 사고와 관련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보험사의 책임을 20%로 제한했다. 그 이유로 안씨가 사고 전부터 하반신 마비 상태였고 수 차례에 걸쳐 소화 궤양 진단을 받은 전력이 있는 점 등을 들었다. 안씨는 지난 2006년 5월 서울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전동 휠체어에 탄 채 이모 씨가 운전하는 차에 치여 골절상을 입고 병원에서 금속 고정술을 받았고 치료 도중에 십이지장 천공이 발생했다. 안씨는 천공 치료를 위한 개복 수술을 끝내고 회복하는 도중에 기도폐쇄로 뇌가 손상돼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다. 안씨와 부인은 `골절 치료가 천공으로, 다시 기도폐쇄로 이어져 식물인간이 되었다'며 이씨 차의 보험사를 상대로 1억1,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소송을 냈고 보험사는 `천공은 교통사고로 생긴 것이 아니라 과거질병이 악화한 것'이라고 맞섰다. 1심은 `천공이 교통사고 때문에 생겼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위자료 500만원만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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