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중국을 믿으라."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해결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주요20개국(G20) 금융정상회담을 앞두고 이같이 자신했다.
'도광양회(韜光養晦ㆍ칼날의 빛을 칼집 속에 감춘 채 때를 기다리다)'를 대외정책의 기조로 삼아왔던 중국이 마침내 미국과 세계경제를 향해 날카롭게 벼려진 칼날을 뽑아들었다.
24일 상하이증권보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원 총리는 전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발전포럼에 참석해 "중국은 내수 확대와 경제성장을 위한 '중국판 뉴딜'을 전면적으로 시행해 예정된 경제목표들을 힘써 실현할 것"이라며 "중국이 세계에 믿음을 심어주기 바라는 만큼 세계도 마땅히 중국에 대해 믿음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의 발전은 세계를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다"면서 "각국이 효과적인 경기부양조치를 시행해야만 비로소 전세계 경제가 어려움을 극복하고 진정으로 회복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 행장은 전날 인민은행 인터넷사이트에 올린 특별성명을 통해 "이젠 미국 달러화가 기축통화의 지위를 포기할 때가 왔다"고 주장했다.
저우 행장은 "SDR는 그동안 사용상의 제약 등 때문에 완전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왔으나 전세계가 침체를 겪으면서 국제통화체제 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 기능을 할 때가 됐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특정국 통화(미국 달러)가 국제 무역에서 통용되고 또 다른 통화들의 기준이 되면 그 통화 발권국이 자국의 경제적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면서 "국가를 초월하는 슈퍼 통화를 사용하는 것이 또 다른 금융 위기를 방지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기 위한 행보도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전날 인도네시아 중앙은행(BI)과 3년 기한으로 1,000억위안(약 22조원)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중국과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은 곳은 홍콩(2,000억위안), 한국(1,800억위안), 말레이시아(800억위안), 벨로루시(200억위안)에 이어 모두 다섯 곳으로 늘어났다.
한편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오는 4월2일 런던에서 개최되는 G20 금융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1~2일 영국을 방문하며 이 기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을 통해 글로벌 금융위기의 해법과 미ㆍ중 간 각종 현안을 논의한다. 후 주석은 또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 등과 각각 중ㆍ러, 중ㆍ영 정상회담을 갖고 세계경제 무대에서 중국의 역할과 위상확대를 모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