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마음껏 걷는 것만으로도 웃음꽃을 활짝 피웠다. 14일 경기 포천의 베어크리크GC 크리크코스(파72)에서 열린 제3회 한국시각장애인골프대회 참가자들의 얼굴에는 실력을 겨루는 긴장감보다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기쁨이 넘쳤다. 안마사로 일하고 있는 한 참가자는 “시각장애인은 생활에 불편도 크지만 늘 운동 부족으로 건강을 걱정한다”며 “평소 자유롭게 걸을 수 있는 공간이 없는데 골프장에서는 가슴이 확 트이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앞을 전혀 못 보는 한 전맹(B1부문) 참가자가 난생 처음 2m 남짓한 퍼팅을 성공시키자 약시(B2부문)인 동반자가 “보이는 게 없으니 잘 치시네요”라고 말해 폭소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27명의 참가 선수들 모습은 비장애인 골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차이가 있다면 서포터로부터 샷하기 전까지 도움을 받는다는 점과 어드레스에 들어가면 연습 스윙 없이 볼을 친다는 점 정도. 선수가 볼 앞에 서면 서포터가 클럽헤드의 위치를 잡아준다. 볼을 살짝 들어 클럽페이스에 톡톡 친 뒤 제자리에 내려놓으면 선수는 그대로 백스윙에 들어간다. 경기 규칙과 방식은 다소 다르다. 클럽을 옮겨주는 캐디와 별도로 선수마다 코치나 안내인을 서포터로 두고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벙커나 해저드 지역에서 클럽을 지면에 댈 수 있도록 허용한다. 스코어 계산에서는 국제대회가 아닌 경우 주말골퍼의 ‘더블파 상한’과 비슷한 로컬룰이 적용된다. 2년 전부터 서포터로 자원봉사를 해온 오세정(57) 한국시각장애인골프협회 상임고문은 “도시에서 마음대로 걸을 수 없는 시각장애인들은 큰 해방감과 함께 정지된 볼을 치는 경기인 골프를 하면서 비장애인과 다르지 않다는 자신감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혀 앞을 못 보는 전맹(B1) 회원들의 핸디캡은 평균 50(120타대) 정도라고 덧붙였다. 한편 베어크리크GC는 지난 2007년부터 매주 월요일 오후 시간대를 시각장애인과 인근 초등학교 골프선수에게 무료로 개방하고 시각장애인골프대회도 개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