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투명기업 만들자] <2> 제자리 맴도는 투명성

[투명기업 만들자]제자리 맴도는 투명성 말만 주주중심 경영 분식회계 관행 여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라는 혹독한 시집살이를 겪은 후 국내기업들의 투명경영노력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예전과 달리 국내외 주주와 투자자들에게 경영내용을 적극 알리는 기업설명회(IR)를 강화하고 있으며 이 같은 노력은 해외에서도 점차 인정을 받아가고 있다. 그러나 갈 길은 아직도 멀다. 외부감사를 받아야 하는 국내법인이 지난 99년 회계처리 오류가 드러나 1년 후 바로잡은 금액이 총11조원에 육박한다. S회계법인의 한 공인회계사는 "적자기업을 흑자기업으로 바꾸는 것은 기업주와 회계법인의 파트너(고위 임원)가 서로 협의해서 결정하는 것이 관행일 정도"라고 고백했다. 결산재무제표는 기업투명성을 담보하는 기본이다. 분식회계가 사라지지 않는 것은 기업 지배구조가 최대주주 개인에게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조사한 분식회계 유형별 사례를 보면 대주주의 비자금이나 로비자금을 처리하기 위해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최대주주를 감시해야 할 사외이사나 준법감시인 제도는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사외이사도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에 기여하기보다는 오히려 기업의 바람막이로 전락하고 있다. 그나마 기업의 사외이사수는 해마다 줄고 있다. 기업들이 등기이사수의 절반을 사외이사로 채워야 하는 부담을 덜기 위해 정기주총에서 등기이사수를 크게 줄인 탓이다. 기업을 감시하는 기능은 오히려 이전만 못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기업들은 주주중심의 경영을 한다고 하지만 현실은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몰아치기식 주총에서도 기업의 불투명성을 확인할 수 있다. 해마다 3월 중순이면 전체 12월 말 결산기업의 30% 이상이 한꺼번에 결산주총을 여는 연례행사가 되풀이된다. 주주들의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함이다. 10분 만에 끝나는 주주총회도 허다하다. 주주들의 잔칫날이 돼야 할 주총의 모습은 아직까지 한국에서 찾아볼 수 없다. 분식회계와 기업지배구조 개선 없이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는 없다. 투명하지 못한 기업은 세계시장에서 자금조달이나 수출입에서 투명한 기업에 비해 원가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97년 들이닥친 외환위기에서도 기업의 투명성 결여가 한몫을 했다. 재무제표마저 믿지 못하고 이익이 나도 주주의 권익을 무시하는 한국기업에 대한 투자를 망설이던 외국인투자가들이 위험징후가 보이자 너도나도 한국주식을 팔았고 결국은 위기를 증폭시켰다. 기업의 투명성이 떨어지면 제2의 외환위기는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다. 주식시장의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서도 기업의 투명성 확보는 절대적인 전제다. 외국인들은 '장기투자를 하고 싶지만 한국기업이 발표하는 실적이든 신규사업이든 도무지 믿을 수 없는데 어떻게 장기투자가 가능하냐'고 반문한다. 투자의 기본인 기업의 실적이 정확하지 못한 업체가 있는 한 결코 외국인들은 한국시장을 신뢰하지 않는다. 기업은 투명해야 산다. 한동수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