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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교동계가 더불어민주당을 집단 탈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점은 정의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으로 선거구 획정이 타결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1월이 유력하다. 당의 뿌리이자 호남 민심을 대변하는 동교동계가 집단 탈당한다면 마음이 흔들리고 있는 다수의 호남 의원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맞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선거대책위원장에 호남 인사 영입을 예고하며 호남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동교동계 이훈평 전 의원은 29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우리는 이미 탈당하기로 마음을 모았다"며 "시기는 1월이다. 유동적이지만 선거구 획정이 끝난 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전 의원에 따르면 권노갑 고문을 포함한 대다수의 동교동계가 '탈당'이라는 대원칙에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고문이 지난 18일 문 대표를 만나 사퇴를 요구했지만 문 대표가 대표직 유지를 선언하자 동교동계가 탈당을 결심한 것으로 해석된다.
동교동계는 탈당 이후 '안철수 신당'이나 천정배 의원의 '국민회의'에는 곧바로 합류하지 않고 제3지대에 머물며 야권 대통합을 위해 노력할 방침이다. 이 전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이라고 하지만 더불어 함께하지 못하는 정당이 됐다"며 "우리는 당을 나가서 당 밖에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길을 모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남을 대표하는 박지원 의원 역시 탈당을 예고하고 있다. 박 의원은 이날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탈당으로 마음을 굳혀가고 있다"며 "혼자 움직이려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주변 동료 의원들과도 이야기를 나눠야 하니 교감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거구 획정 결과 호남 지역에서 지역구가 사라지는 의원 등 세를 불려 탈당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박양수 전 의원은 이날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 후 기자들과 만나 "권 고문과 박 전 원내대표가 협의해 탈당을 조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동교동계가 탈당하기 위해서는 이희호 여사의 재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또 문 대표가 내년에 출범할 선대위원장에 호남 인물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점도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성수 당 대변인은 "문 대표는 적어도 선대위원장 가운데 한 분은 호남을 대표하고 상징하는 분을 모시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호남 민심을 놓고 격돌을 벌이고 있는 안철수·천정배 의원에 대한 맞불작전이라는 평가와 함께 동교동계 등 호남 의원들을 달래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한편 박 의원과 비주류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김한길 전 공동대표는 '무조건 탈당'에서 좀 더 시간을 두고 고민하는 '신중 모드'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김 전 대표 측의 한 관계자는 "일부에서 김 전 대표가 박 의원과 동반 탈당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사실과 다르다"며 "김 전 대표는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67명의 당 의원들이 제안한 조기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에 대해 문 대표 등 당 지도부가 내놓는 구체적인 계획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 소위 김한길계로 분류되는 인사 중 주승용 의원을 제외하면 함께 탈당할 인사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김 전 대표의 탈당 결단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 전 대표가 '안철수 신당'과 천 의원의 '국민회의' 등 야권 통합의 밑그림을 그리는 '그랜드플랜'을 계획하며 탈당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박형윤·전경석기자mani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