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저장매체 시장이 ‘블루레이’로 통일되기 직전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은 HD-DVD를 앞세워 차세대 저장매체 표준경쟁에 나섰던 도시바가 소니가 이끄는 블루레이에 밀려 관련 사업에서 손을 뗄 방침이라고 17일 일제히 보도했다. 블루레이 진영(소니, 파나소닉, 삼성전자 등)과 HD-DVD진영(도시바, 마이크로소프트 등)으로 나뉘어 벌여왔던 차세대 저장매체 표준경쟁에서 블루레이 진영이 완승을 거둔 것이다. 이에 따라 콘텐츠 제작 및 저장, 플레이어 개발 등 차세대 저장매체와 관련된 모든 분야에 걸쳐 기술규격이 블루레이 방식으로 통일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ㆍLG전자 등 국내 전자업계는 “아직 도시바가 공식적으로 사업철수를 선언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추이를 살펴봐야 한다(최종 확인해야 한다)”고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면서도 블루레이를 중심으로 한 시장구조 재편에 기대를 걸고 있다. 국내 전자업체들은 그동안 블루레이 진영에 무게중심을 두면서도 블루레이와 HD-DVD를 모두 재생할 수 있는 ‘듀얼 플레이어’를 개발하는 등 어느 진영이 승리를 거두더라도 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해왔다. 특히 삼성전자는 소니픽쳐스와의 제휴를 통해 블루레이 보급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소니가 주도하는 블루레이 동맹의 핵심 축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이번 도시바의 사업철수 소식에 고무된 표정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플레이어 제조업체의 특성상 그동안 어떤 저장매체가 주도권을 잡느냐에 관계없이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해왔기 때문에 낭비적 요소가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앞으로는 블루레이 플레이어가 대중화할 수 있도록 품질 및 가격경쟁력을 갖춘 제품 개발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차세대 저장매체 표준경쟁은 지난 1980년대 VHS방식과 베타방식 간 벌어졌던 ‘비디오 전쟁’이 그대로 재연된 것으로 80년대에 베타방식을 밀어붙이다 참패하며 자존심을 구겼던 소니가 이번에는 완승을 거두며 과거를 깨끗이 설욕했다. 양 진영은 그동안 제휴기업 확대 등 한치 양보 없는 팽팽한 대결을 펼쳐왔다. 헐리우드 스튜디오들 중에서도 20세기폭스ㆍ월트디즈니ㆍ소니픽쳐스ㆍMGM 등은 소니가 개발한 블루레이 포맷을, 파라마운트ㆍ유니버셜ㆍ드림웍스 등은 도시바가 개발한 HD-DVD 포맷을 지원해왔다. 운명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올해 초 열린 ‘CES 2008’을 통해서 결정됐다. 그동안 중립을 지켜왔던 워너브라더스가 CES 쇼에서 “오는 5월부터 블루레이 규격만 지원하겠다”고 선언한 것. 이어 봇물 터지듯 미국 최대 DVD 대여업체인 넷플릭스가 블루레이 기술만 지원하겠다고 추가지원에 나섰고 월마트 등 미국의 유통업체들도 블루레이 지지를 선언했다. 여기에 미국 최대 가전 유통업체인 베스트바이마저 블루레이를 공개 추천하기로 해 결정타를 날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헐리우드 주요 영화사들이 강력한 복제 방지 기능을 갖춘 블루레이를 선호한다”며 “고화질ㆍ고음질과 더불어 다양한 정보를 즐길 수 있는 차세대 저장매체의 도입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용어설명] ◇블루레이(Blu-ray)= DVD보다 약 10배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대용량 차세대 광디스크다. 기존 DVD가 650㎚ 파장의 적색 레이저를 사용하는데 반해, 블루레이 디스크는 405㎚ 파장의 청자색 레이저 사용해 데이터 집적도가 높다. 디스크 한 장에 25GB의 데이터를 기록할 수 있으며, 전송속도는 DVD에 비해 3배 정도 빠르다. 소니가 주도하는 블루레이 디스크창립 협회에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업체와 히타치, 샤프, 로얄 필립스, 톰슨 등이 참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