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이번 신년 연설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상당 부분을 본인 스스로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모진이 올려준 참고자료와 초고를 토대로 본인의 의중을 대폭 가미해 원고를 새로 쓰다시피 했다는 얘기다.
윤승용 청와대 홍보수석은 “대통령이 마지막까지 퇴고에 퇴고를 거듭했다”고 전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이번 연설 과정에 외부 인사들의 자문도 거의 받지 않았으며 참모진들의 기초 자료만을 의존한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최종 원고도 연설 당일인 23일 오전에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예년과 달리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된 이날 연설은 예상대로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프롬프터 없이 진행됐다. 지난해 연설의 경우 사전에 기자들에게 나눠진 연설문과 일부 조사만 다를 뿐이었고 원고를 거의 그대로 읽는 형태였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참모들과 논의 끝에 프롬프터를 통해 원고를 읽는 것보다 자유롭게 연설하는 방식이 더 설득력과 호소력이 있을 것이란 판단을 내렸다”며 연설을 앉아서가 아니라 기립 자세로 한 것도 국민에 대한 설득의 효과를 최대한 높이기 위한 차원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설은 또 지난해 신년 연설과 달리 그래픽 등 부교재도 사용하지 않고 사전 연설문을 기초로 진행됐다. 공중파를 통해 생방송으로 진행된 연설인 만큼 일반 연설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던 투박한 사투리는 최대한 자제하는 모습이 엿보였다.
노 대통령이 이번 연설에서 ‘깜짝 발표’를 하지 않은 것도 특징으로 꼽힌다. 청와대 관계자는 “21세기 국가 전략 등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주안점을 두었기 때문에 새로운 정책을 담는 것보다 그동안의 공과를 설명하는 데 처음부터 주안점을 두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설과 달리 25일로 예정된 연두 기자회견은 자극적인 발언이 상당히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청와대 안팎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개헌과 열린우리당 탈당 문제 등에 대해서도 보다 직설적이고 가감 없는 발언들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