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과 도전’. 성장 정체에 시달리는 기업이나,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목말라 하는 기업이나 모두가 갈망하는 최대 화두다. 기업들은 업태나 회사 규모에 상관없이 저마다의 혁신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처럼 혁신은 기업의 성장, 나아가 냉혹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LS그룹은 국내 경제계의 대표적인 혁신 기업으로 손꼽힌다. 최근에는 미래 성장을 이끌 6대 핵심 육성사업을 선정하며 제 2 혁신을 위한 채비까지 마쳤다. 포춘코리아가 혁신의 대표주자, LS그룹의 끝나지 않은 도전을 살펴봤다.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글로벌 컨설팅 기업 톰슨 로이터는 매년 세계 100대 혁신기업(Top 100 Global Innovator)을 선정해 발표한다. 특허 출원 규모, 특허 승인 성공률, 영향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선정하는 세계 100대 혁신 기업은 꽤 높은 공신력을 인정받는 글로벌 리서치로 손꼽힌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주요 국내 기업들도 100대 혁신기업 리스트에 이름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그 중 유독 눈에 띄는 기업이 하나 있다. 바로 LS산전이다. LS산전은 지난 2011년부터 5년 연속 세계 100대 혁신기업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LS산전과 함께 5년 연속 혁신 기업에 선정된 기업들은 그 면면이 너무나 화려하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소니, 파나소닉, 제네럴일레트로닉(GE) 등 각 분야에서 최고로 불리는 글로벌 기업들이 이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다. 톰슨 로이터는 “LS산전을 포함한 한국 3개 기업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이를 상업화하는 데 성과를 보여 아시아의 글로벌 리더로 떠올랐다”고 올해 혁신기업 선정의 의미를 평가했다.
글로벌 혁신기업으로 자리매김한 LS산전의 선전은 혁신을 강조하는 모기업 LS그룹의 경영 전략과 맥을 같이한다. LS산전, LS전선, LS엠트론 등 주요 계열사는 ‘혁신 전도사’로 불리는 구자열 LS그룹 회장을 중심으로 매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최근 LS그룹이 발표한 6대 핵심 육성사업에는 구회장의 혁신 전략이 잘 반영되어 있다. 구 회장은 최근 안양 LS타워에서 개최된 T-Fair(연구개발 보고대회 및 전시회)에 참석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혁신적인 신제품을 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선진기업과의 기술격차를 극복해야 할 것”이라며 6대 핵심 육성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LS그룹이 내세운 6대 핵심 육성사업은 초고압/해저케이블, 전력기기/전력시스템, 트랙터/전자부품 사업 분야다. LS그룹은 전 계열사를 아우르는 6대 핵심 육성사업을 기반으로 기존에 진출한 중동, 동남아 시장 뿐만 아니라 유럽, 아프리카, 중·남미, 중앙아시아 시장도 개척해 전세계에 ‘LS표 혁신’을 알리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LS전선에 녹아든 구 회장의 혁신 DNA지난 3월 강원도 동해에 위치한 LS전선 해저케이블 공장. 길이 100km, 무게 6,600톤에 달하는 해저케이블을 실은 배가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묵직한 경적소리를 내며 출항한 이 배의 목적지는 카타르였다. 지난 2012년 LS전선이 카타르 석유공사로부터 수주한 4억3,500만 달러 규모의 해저케이블 2차분이 출항하고 있었다. 이는 국내 전력케이블 사상 최대 규모의 수주 기록이었다.
LS전선은 구자열 표 혁신이 집약되어 있는 대표 기업이라 할 수 있다. 지난 2004년 LS전선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선임된 구 회장은 이후 과감하면서도 혁신적인 연구개발(R&D) 전략을 앞세워 LS전선을 일약 글로벌 업계 순위 3위까지 끌어올렸다. 현재 LS전선의 주력사업으로 성장한 해저케이블은 구 회장의 혁신전략을 대표하는 핵심 사례로 볼 수 있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해저케이블 시장은 유럽 전선 업체들이 독점하고 있었다. 바다 속에 설치돼 섬과 해상기지에 전기와 통신을 공급하는 해저케이블은 매우 높은 수준의 첨단 기술이 요구되는 제품이라 진입 장벽이 높은 분야였다. 구 회장은 바로 이 해저케이블 시장을 눈 여겨 봤다.
2009년 강원도에 국내 최초의 해저케이블 생산공장을 마련하고 기술 역량 강화에 집중했다. 이러한 선제적 전략 덕분에 LS전선은 유럽 기업이 선점하고 있던 해저케이블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해저케이블 기술 개발과 생산 체제를 모두 겸비한 몇 안 되는 글로벌 전선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LS전선은 지난 2001년 초전도 케이블 개발을 시작으로 2004년 세계 4번째로 교류 초전도 케이블을 개발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지난 2013년에는 세계 최초의 직류 80kV급 초전도 케이블도 개발했다. 그 결과 LS전선은 현재 글로벌 전선업계에서 직류(DC)와 교류(AC)기술을 모두 확보한 유일한 회사로 성장하며 독보적인 기술 역량을 과시하고 있다.
이번 6대 핵심 육성 사업에서 LS전선이 담당하고 있는 분야는 역시 초고압/해저케이블이다. 타깃 시장은 전력 제품의 본고장인 유럽시장. 지난 2월 덴마크 전력청과 2,300만 달러(약 250억 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체결한데 이어, 3월에는 아일랜드 국영전력회사인 ESB 네트웍스와 220㎸급 지중 케이블의 독점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최근에는 중국 2위 자동차회사인 둥펑(東風)차의 친환경차용 고전압 하네스(전자제어장치와 통신 모듈을 연결, 전원을 공급하고 각종 센서를 작동·제어하는 케이블) 공급업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 LS전선의 당면 과제는 세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한 직류 80kV급 초전도 케이블을 포함한 핵심 초전도 케이블 제품의 상용화다. LS그룹 김대성 홍보팀 차장은 “이미 제주도에 위치한 LS전선 초전도 센터에서 지난 1월부터 초전도 케이블의 실증 실험에 돌입했다”며 “이를 기반으로 유럽과 신흥 시장에 대한 진출을 가속화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감한 R&D 투자로 혁신을 이끌다글로벌 혁신 기업으로 명성을 다지고 있는 LS산전은 6대 핵심 육성 사업 중 전력기기/전력시스템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이미 글로벌 전력 인프라 시장에서 기술력을 뽐내고 있는 LS산전은 최근 이라크에 구축되고 있는 신도시의 전력 인프라 사업자로 선정되며 저력을 과시한 바 있다. 사업 규모는 글로벌 전력 인프라 시장 단일 계약으론 사상 최대인 1억 4,700만 달러(한화 약 1,600억 원)였다. 특히 LS산전은 그동안 지멘스, ABB등 글로벌 기업들이 독식해온 이라크 시장에서 지난 2011년부터 올해까지 약 5억 달러 (한화 약 5,200억 원)규모의 누적 수주액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LS산전은 향후 신도시가 건설되는 비스마야 지역 전력 공급을 담당할 132kV급 변전소 8개, 33kV급 배전 변전소 24개 등 가스절연개폐기(GIS) 변전소 솔루션 일체를 제공하게 된다.
이 같은 LS산전의 성과는 과감한 R&D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매년 LS산전은 영업이익의 상당 부분을 R&D에 투자해왔다. 지난해에만 R&D 부문에 1,154억 원을 사용했다. 작년 LS산전의 영업이익이 1,575억 원임을 감안하면 영업익의 약 70%를 R&D 투자에 쏟아 부은 셈이다. 이처럼 과감한 투자는 향후 스마트에너지 기업으로의 도약을 노리는 LS산전의 자양분이 되고 있다. 6대 핵심 육성 사업에서 전담하는 ‘전력기기/전력시스템’ 분야 역시 친환경 스마트 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핵심 역량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LS산전은 지난 1월 신축한 안양 R&D 캠퍼스를 비롯해 청주 전력연구소 및 전력시험기술원, 천안 자동화연구소, 중국 상해연구소 등을 통해 스마트 그리드 역량 강화에 매진하고 있다. LS산전 관계자는 “기존 주력 사업인 전력·자동화뿐만 아니라 스마트그리드, 신재생에너지, 초고압직류송전(HVDC) 등 친환경 스마트 에너지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국내외 유수기관들과의 오픈 R&D를 통해 개방형 혁신을 주도할 것”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오는 2020년까지 매출 6조 원, 영업이익 5,000억 원을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LS엠트론의 승부수는 친환경 트랙터LS그룹의 마지막 6대 핵심 육성 사업인 트랙터/전자부품 분야는 LS엠트론의 몫이다. 사실 다른 계열사에 비해 LS엠트론의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LS엠트론은 올해 상반기 매출 9,760억 원과 영업이익 258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모두 감소했다. 트랙터 부문은 성장세를 이어 나갔지만 전자부품부문에서의 부진이 뼈아팠다.
업계에선 지난해 12월 LS엠트론 수장에 오른 구자은 LS엠트론 부회장의 경영 능력에 주목하고 있다.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의 아들인 구 부회장은 유력한 차기 LS그룹 회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이다. 만약 구 부회장이 LS엠트론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보인다면 차기 회장 구도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 구 부회장 역시 “과감한 도전으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해 새로운 미래를 열어 나가야 한다”며 “오는 2020년까지 매출 4조4,000억 원을 달성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구 부회장과 LS엠트론은 실적 부진에서 탈출하기 위해 트랙터를 중심으로 한 농기계사업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이는 LS그룹의 6대 핵심 육성 사업과 일맥상통하는 전략이기도 하다. 이미 농기계 선진시장과 남미, 중앙아시아 등 신흥시장에 진출한 LS엠트론은 최근 트랙터와 경운기의 장점을 결합한 농기계 ‘미니’를 선보이며 재도약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바 있다. 미니는 구 부회장이 직접 직원들과 현장소통을 하며 개발을 주도한 작품이다.
향후 LS엠트론은 기존 트랙터 라인업 전 모델을 친환경 기종으로 교체하는 작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LS엠트론 관계자는 “주요 시장인 미국의 배기가스 규제가 점차 강화되는 추세이기 때문에 올해 말까지 친환경 엔진을 장착한 혁신적인 트랙터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2020년 매출 목표 4조4,000억 원 가운데 트랙터 사업에서 2조원의 매출을 달성해 낼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했다.
구자열 LS그룹 회장의 영문 이름은 크리스토퍼 구(Christopher Koo)다. 신대륙을 찾아 거침없이 망망대해를 누볐던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도전정신과 열정을 삶의 지표로 삼겠다는 구 회장의 남다른 각오가 담긴 이름이다. 크리스토퍼라는 이름에 담긴 의미처럼 구 회장은 혁신과 도전을 앞세워 그룹 전반의 사업 전략을 챙기고 있다. LS그룹이 발표한 6대 핵심 육성 사업에도 구 회장의 도전정신이 고스란히 투영돼있다. 국내를 넘어 글로벌 혁신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구 회장과 LS그룹의 앞날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