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30일 수시 신용위험평가를 통해 동아원·STX조선·현대상선 등 상장사 3곳을 포함한 대기업 19곳을 구조조정 리스트에 추가했다. 앞서 지난 상반기 정기 신용위험평가에서 구조조정 대상으로 분류됐던 35곳까지 더하면 올해 부실징후기업으로 선정된 대기업은 모두 54곳, 총신용공여 규모는 19조6,000억원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다. 하지만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국회 파행으로 연말 일몰 위기에 처해 과거 사례처럼 워크아웃 대상 기업이 채권금융기관의 비협조로 경영정상화에 실패하고 협력업체까지 줄줄이 도산하는 시장 혼란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정기 신용위험평가보다 강도 높게 진행된 이번 수시 신용위험평가에서 11개 기업이 워크아웃 대상인 C등급, 8개 기업이 법정관리가 필요한 D등급으로 분류됐다. 19개 기업의 총신용공여액은 12조5,000억원, 이에 따라 은행 등이 추가로 적립해야 하는 충당금은 1조5,000억원 정도다. 충당금 규모만 보면 금융회사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기촉법이 실효되면 구조조정 대상 기업별로 채권단을 구성해 협약을 체결하고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하는데 아직 금융업계에 자율적 구조조정 관행이 정착되지 않아 신속한 처리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이날 은행 여신담당 부행장들을 소집해 기촉법 일몰시 자율 구조조정 참여를 독려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진 원장은 "현재 상황을 고려할 대 내년에는 기업구조조정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협약의 강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이기적인 행태를 보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기촉법 재입법까지 공백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금융권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채권금융기관의 자율 '기업구조조정 운영협약'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양현근 금감원 부원장보는 "이번 수시평가로 구조조정 리스트에 오른 대기업 협력업체에 대해 1,800억원 정도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며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B2B 대출 상환유예를 은행에 독려하는 등 지원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정영현·임세원기자 yhchu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