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슈퍼엘니뇨


단군 이래 최대 위기라는 1997년 외환위기는 그해 12월3일 우리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 금융을 신청하면서 시작됐다. 연초부터 매월 이어진 대그룹들의 연쇄 부도로 가뜩이나 흉흉하던 한국 경제에는 그야말로 '결정적 한방'이었다. 때마침 겨울로 접어들었기에 국민들 입장에서는 스산함이 증폭되면서 심정적으로 어느 해보다 혹독한 겨울을 보내야 했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기상청에 따르면 1997년 겨울(12월~1998년 3월)의 날씨는 평년보다 따뜻하고 강수량(강설량)도 풍부했다. 구제금융 신청과 대통령 선거로 어수선했던 12월의 평균기온은 2.4도로 평년보다 0.9도 높았으며 강수량은 평년의 2.4배나 많았다. 이 같은 추세는 겨울을 지나서 다음 해 봄까지 이어졌다. 태평양 적도 지역, 특히 남미 대륙 인근의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발생한 엘니뇨 때문이었다.

이때는 특히 해수면 온도 상승 폭이 관측 이래 최대인 2.3도나 돼 북미 대륙이 폭우와 홍수 등 기상이변으로 몸살을 앓았다. 감시구역의 3개월 평균 해수면 온도가 2도 이상 오른 강력한 엘니뇨에 대해 기상학자들이 아닌 언론이 붙여준 이름이 '슈퍼엘니뇨'다. 엘니뇨 현상을 관측하기 시작한 1950년대 이후 슈퍼엘니뇨는 1972년~1973년, 1982년~1983년과 1997년~1998년 단 세 차례뿐이다. 특히 1997년~1998년의 슈퍼엘니뇨에 국제적 관심이 증폭됐다.

18년 만에 다시 슈퍼엘니뇨가 발생해 지구촌 곳곳에 기상이변이 나타나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나사)은 항공사진 분석을 통해 이번 슈퍼엘니뇨가 1997년~1998년을 능가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아직 12월 평균온도가 2도 이상 상승한 것에 불과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제껏 알려지지 않은 기상 이변 상시기로 이동하고 있다"고까지 경고한다. 공교롭게도 세계 경제마저 1997년 못지않은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어 '경제판 엘니뇨'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온종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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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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